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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데로샤 Nov 02. 2022

아빠 나 스님처럼 다 먹었어

나는 그릇대장이다. 아내가 차려준 음식을 남김없이 다 먹어서 아이가 붙여준 별명이다. 나의 그릇은 언제나 바닥을 드러낸다. 반면에 아이는 먹성이 까다롭다. 음식을 가리기 시작하면서 작은 그릇 하나 다 비우지 못할 때가 자주 있다. 지난 추석 연휴 본가에 가서 식사를 했는데 아이가 맛있었는지 모처럼 그릇을 싹 비웠다. 옆에서 보시던 어머니가 "서윤이 밥 잘 먹네. 스님처럼 싹 비웠네."라고 말씀하셨다. 아이가 그 말을 기억하고 있었나 보다. 며칠 전 아내에게 화상통화를 걸었을 때 아이는 아내와 식사 중이었다. 저녁 메뉴는 아이가 좋아하는 소고기무국. 숟가락을 든 아이의 손놀림은 분주했다. 잘 먹었냐고 물으니 밥그릇 국그릇을 기울여 보이면서 "아빠. 나 스님처럼 다 먹었어. 이거 봐."라고 말했다. 통화를 하던 나는 그저 말없이 흐뭇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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