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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데로샤 Mar 13. 2020

혼자 산다는 게 얼마나 괴로운지...

나의 적십자 다이어리

좋은 봉사자를 만나서 생활도 건강도 좋아졌다는 분들을 볼 때면 자원봉사의 위대함을 느낀다. 어려울 때 도움을 주는 자원봉사자를 만났느냐에 따라서 오늘을 힘들게 살고 있는 누군가에게는 삶의 큰 힘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드물지만 이런 수혜자 중에 감사의 마음을 글로 써 표현하는 분들이 있다. 시간이 흘렀지만 나는 당시 73세 되신 할아버지가 자주 방문하는 적십자 결연봉사원에게 쓰신 손편지를 읽고 가슴이 짠했던 기억이 있다. 편지에는 밑반찬을 만들어 꼬박꼬박 찾아오는 봉사자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절절히 담겨 있었다. 


      

“선생님께서 주신 반찬은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때로 감기몸살로 너무 괴로울 때는 혼자 산다는 게 얼마나 괴로운 지 자식들도 모릅니다. 선생님께서 고운 마음씨로 주신 반찬을 먹으면서 손등으로 눈물까지 딱으면서도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오죽하면 어르신은 편지글 마지막에 “선생님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두 번이나 남기셨을까 싶다.


노인문제는 예나 지금이나 심각한 사회문제이고 봉사활동 대상이 된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목민심서 애민(愛民)편에서 목민관은 가난하여 의탁할 곳이 없는, 특히 늙어서 의지할 곳 없는 사람을 구제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적었다. 그 옛날에도 노인을 봉양하거나 가난을 구제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였다. 태어나서 늙고 병들고 죽는 일련의 과정이 인간이 겪는 고통이라지만 이 과정을 견뎌야 하는 노인의 고통은 상상할 수 없이 클 것이다.


작년 8월말 한국일보에 실린 한 기사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사랑해""할머니 최고"... 독거노인 마음 돌보는 AI로봇>이라는 제목의 기사였다. 예전에 동료와 대화하다가 지나가는 얘기로 대한적십자사 희망풍차 노인세대에 로봇을 한 대씩 드려야 할 때가 오지 않을까라고 말했었다. 이미 현실이 되었음을 이 기사로 봤다.


“석 달째 (인공지능 로봇) 효돌과 생활하고 있는 전남 광양의 허만순(79)씨는 로봇 인형 이름을 ‘공주’라 붙여 줬다. 허씨는 얼마 전 놀라면서도 가슴 뛰는 경험을 했다. 어느 날 공주가 “할머니 하늘만큼 땅만큼 사랑해요”라고 하자 허씨가 “나도 사랑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잠시 후 애교 넘치는 목소리로 “할머니 최고”라고 했던 것. “공주가 내 말을 알아듣고 움직이는 것은 아닌데도 계속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진짜 어린 손녀랑 대화하는 것같이 된다니까. 이상한가”라며 웃었다.”  


기사를 보면 로봇과의 교감을 통해 노인들의 행복감은 커지고 우울감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생활면에서도 로봇이나 AI스피커로부터 정해진 시간을 안내받다보니 제때 약을 먹고 규칙적으로 식사하는 긍정적인 변화도 일어났다고 한다. 하지만 기사를 보면 로봇 등 기계에 대한 의존이 인간관계를 거부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서 어르신을 위한 대안적 서비스 역할에 그쳐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결국 사람들을 만나는 사회적 활동이 꼭 필요하다고 한다. 


적십자사는 지난 2005년부터 사각지대에 몰린 노인가정을 돕기 위해서 봉사원 1명과 노인 1가정이 결연을 맺는 『어버이결연 봉사활동』을 이미 시작해 왔다. 봉사자들은 어르신이 드실 밑반찬을 만들거나 두유, 과일, 기타 물품을 사서 월 2회 이상 방문하였다. 2010년 7월부터는 봉사원이 1가정을 맡아 가정방문 봉사활동과 기초생활물품을 전달하는 『희망풍차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좋은 봉사활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늘어나는 노인만큼 훈련된 자원봉사자도 함께 늘어야 한다. 또한 늘어나는 노인을 지원할 기금도 늘어나야 한다. 그런데 기부금 시장을 보면 해외 결연이나 아동을 위한 기부는 늘고 있는 반면, 노인을 위한 기부는 늘지 않는다. 노인의 문제는 국가의 복지체계 내에서 모두 관리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일까. 


누구도 노인문제에 있어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도 언젠가는 노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노인문제가 미래의 내 문제가 아니라는 법도 없다. 미래는 더 나아지겠지.. 쓰고나도 마음만 무겁다. 


<예전에 썼던 글, 가져다 고쳐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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