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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데로샤 Feb 14. 2023

헌혈현장을 많이 다녀보는 것도 공부다

총무팀장으로 일할 때에는 자리를 오래 비울 수가 없었다. 화장실만 다녀와도 결재가 쌓인다고 농담할 정도로 하루 숱하게 올라오는 기안문을 처리하고, 인력이나 예산 그리고 시설이나 장비에 관해 상의하러 오는 직원들이나 노동조합 간부의 얘기도 들으며 현안의 해결책을 고민해야 했다. 그런데다 조직은 하루도 잠잠할 날 없이 왜 이리도 다이내믹한지!! 그러다가 지난해 11월 단체헌혈을 담당하는 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제 내 역할은 우리 팀원들과 함께 외부 헌혈처를 섭외하고 헌혈버스로 출장 가 헌혈량을 코로나 이전으로 회복시키는 일로 바뀌었다.


이 일도 내게는 과제임에 매한가지이지만 한편으론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와 숨통이 트이는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왜냐하면 나는 관리부서 보다 사업부서를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입사하고 초기 10여 년 간 나는 적십자에서 하고 있는 구호, 사회봉사, RCY, 펀드레이징, 홍보 같은 여러 사업파트를 거쳤다. 인도주의 현장을 무수히 다녔고, 그게 너무 좋았다. 그러나 감사실에 발령나 가고 이후부터 총무팀에서 업무를 쭉 하게 되면서 관리능력은 커갔지만 일선 현장에서 조금 멀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현장과 가까운 사업부서에서 근무하게 된 것이다.


헌혈개발팀은 대외활동이 많은 부서다. 그렇기에 이 부서에 발령받았을 때 나 스스로 마음먹은 게 하나 있었다. 가급적 헌혈 현장을 많이 돌아보자는 것이었다. 업무를 빨리 파악하고 적응하기 위해서다. 사무실에 앉아서 시시각각 올라오는 헌혈현황 데이터에만 의존한 채 업무를 해서도 안 되고 하고 싶지도 않았다. 거기에 또 다른 나만의 진짜 이유를 하나 덛붙이자면, 수많은 헌혈처를 다녀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롭고 배우는 게 있으며 결국 나란 인간의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실제 우리 팀은 헌혈을 매개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곳보다 훨씬 많은 기관을 찾아가고, 다양한 종사자들을 만난다. 군부대도 가고 (군부대도 육/해/공이 있다), 보안이 엄격한 반도체나 배터리 같은 뉴스에 나오는 초일류 업체부터 제약회사, 화장품, 식료품, 시멘트, 기타 등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체도 가고, 젊음이 넘치는 고등학교와 대학교도 가고, 종교시설도 가고, 시군청 교육청 법원 검찰청 경찰서 소방서 교도소 구치소 세무서 기상청 우체국 같은 공공성을 띈 기관도 빠짐없이 간다. 우리도 공공기관이지만 이렇게나 다양한 공공기관이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고는 신기해할 정도였다.


일례로 지난 2월 11일에는 학군장교(ROTC), 학사장교 등 육군 장교 후보생을 교육하는 육군학생군사학교에 헌혈을 다녀왔다. 지난 1월에 이어 두 번째 방문이다. 이번 기수는 희망자가 적어서 헌혈은 조기에 마무리됐지만, 학교장이신 K소장님이 헌혈에 참여해 주셨던 게 기억에 남는다. 투스타 장군께서 직접 헌혈을 하러 버스에 올라오니 영문을 모른 채 순서를 기다리던 후보생들은 순간 눈을 땡그랗게 뜨며 바짝 긴장하는 눈치였지만 이내 젊은 세대답게 학교장님의 질문에 답하고 대화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리더의 관심을 넘어 솔선을 떠올리는 시간이기도 했다. 


학교가 이론을 배우는 교육의 장이라면, 직장은 사회를 배우는 또 다른 교육의 장이다. 바깥세상을 여행하는 것도 배움이듯이, 일 속에서 다른 기관을 다녀보고 나와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보는 것도 견문이고 공부가 된다. 나는 이런 점이 적십자에서 일하며 얻는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가급적 사무실을 벗어나 현장에 많이 가려고 하는 것이다. 이번 주는 직원이 휴가를 떠나 주초 3일 간 대신 온종일 인솔을 간다. 월요일은 같은 적십자 기관이었고, 화요일과 수요일 두 곳은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큰 규모의 상장회사들이다. 이 회사들은 어떤 곳일까? 어떻게 일할까? 나눔에는 관심이 많은 회사일까? 벌써부터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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