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 충주에 있는 한 부대에 헌혈을 나갔다. 오후 들어 빗발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헌혈 희망자마저 일찍 끊어져 버스 안이 한산해졌을 때, 한 사병이 헌혈을 마치고 홀로 휴식의자에 앉아 급식품인 초코파이와 포카리스웨터를 먹고 있었다. 통로를 지나며 살짝 보니 군복 상의 오른편에 숫자 1로 된 빨간색 스티커가 보였다.
'오늘이 처음이구나'
내가 근무하는 혈액원에서는 헌혈자 안전을 세심히 살피기 위해 초회 헌혈자를 구분하는 스티커를 붙인다. 이 스티커를 본 간호사들은 헌혈과정에서 초회 헌혈자에게 한 번이라도 더 얘기를 건네면서 긴장을 풀어주고 이상이 없는지 신경을 쓴다.
차에 올라오는 사람도 없어서 잠시 자리에 앉아 사병에게 말을 걸었다.
"고등학교 다닐 때 학교에서 헌혈할 생각은 안 하셨어요?"
"무서워서 못했습니다."
"어때요. 할 만하죠?"
"네."
그는 웃으면서 나긋하게 말했다. 그리고 휴식시간이 끝나는 알람이 울리자 헌혈증과 기념품을 챙겨 버스를 내려갔다.
누구나 처음은 두렵고 긴장되기 마련이다. 처음 핸들을 잡고 도로주행을 나섰을 때, 부모의 도움 없이 혼자 학교에 갈 때, 처음 남들 앞에 서서 발표를 할 때 등 삶은 매 순간 처음을 만난다. 그때 용기를 내서 부딪쳐 보면 두려움은 걷히고 어느 순간 어려웠던 일들이 자연스럽게 가능해진다.
헌혈도 마찬가지다. 살아보니 인생도 그렇더라.
사진 출처 : 매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