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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데로샤 May 05. 2023

왕과 왕비가 따로 잔다고? 왜왜왜?

서울여행 1 - 경복궁

지난 주말 3일 연휴를 맞아 1박 2일 서울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지를 서울로 정한 건 나였다. 사람들로 복잡할 게 훤히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서울여행을 계획한 이유는 서울이야말로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도시라 아이에게 좋은 구경이 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분명 처음은 아닌데 마치 처음 같은 여행이다. 새로운 곳을 다녀서도 그렇겠지만 아이가 어릴 때 떠났던 서울 여행은 이미 아이의 기억 속에 남아 있지 않았다. 아이는 몇 살 때의 기억을 최초의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는 걸까? 다섯 살? 여섯 살? 만 7살 아이에게 지금 여행은 기억의 편린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겠다 싶었다.


볼거리가 많지만 걱정도 있었다. 차를 가지고 갈 수 없다는 것. 오로지 대중교통과 두 발로만 가야 하는 여행. 우리 부부가 힘든 것은 참을 수 있지만 아이가 힘들어 퍼져 버리면 이것만큼 곤혹스러운 게 없다. 다행히도 아이는 자신이 가야 할 여정이 어떨지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는 상태에서 하루 1만 5천보 이상씩을 걸었지만 잘 따라왔다. 물론 중간중간마다 아빠의 당근과 채찍이 아닌, 당근과 또 당근과 또또 당근이 투입되었지만.


이제 그 여정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하나씩 기록해 본다.



1. 경복궁 - 왕과 왕비가 따로 잔다고? 왜왜왜?


시청역에 내려서 경복궁까지 걸어갔다. 이순신 장군님을 지나고 세종대왕님을 지났을 때 이미 휴먼 배터리는 상당 부분 고갈됐다. 광화문 책마당 행사장에 깔아놓은 빈백소파에 드러누워 잠시 충전을 했다. 그리고 우리는 경복궁 입구를 지났다. 나는 표를 사기 위해 얼른 줄을 섰고, 아내와 아이는 수문장 교대를 지켜봤다.


표를 끊어서 왔더니 아이가 "아빠. 이거 봐. 이거 봐. 나 여기서 같이 사진 찍었어"라며 휴대폰을 내밀며 보여주었다. 아이를 흥분케 만든 건 다름 아닌 수문장 옆에서 찍은 사진 한 컷. 역사와 건축 보다 이렇게 사진을 찍은 게 아이에겐 더 흥미로운 일일 수 있겠다 싶었다.


본격적인 시작. 홍례문과 근정문을 지나 근정전을 둘러보고 수정전 앞에서 고궁음악회 연주곡을 두 곡 정도 들었다. 그리고 경회루 연못을 끼고 한 바퀴 돌아서 홍복전에 다다랐다. 건강앱을 보니 이미 1만 보를 걸었다. 점심도 먹어야 하는 상황. 우리는 건청궁을 과감히 포기하고 정문으로 바로 방향을 틀었다.


그렇게 내려오면서 방문한 곳이 교태전이었다. 교태전은 왕비의 침전으로 지어진 궁궐건물. 아이에게 왕비는 교태전에서 잤고, 왕은 강녕전에서 잤다고 말해주었더니 아이는 "왕과 왕비가 따로 잔다고? 왜왜왜?"라며 이해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당연히 그럴게 이제까지도 엄마아빠의 가운데에서 떡하니 잠을 자는 아이의 입장에서는 왕과 왕비가 각각 잠을 잔다는 게 이해되지 않을 수 있겠다. 어른의 세계를 알기에는 아직 어린 나이. 교태전을 다 보고 강녕전에 왔을 때 강녕전 뒤편으로 교태전이 바로 보이는 걸 보더니 "그래도 가깝긴 하네."라는 말을 남겼다.


그렇게 우리는 경복궁에서의 짧은 추억을 간직하고 다음 행선지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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