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포데로샤 May 24. 2023

남산에 우리 가족 자물쇠 하나 추가

서울여행 2 - 남산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애국가에 나오는 남산 알지? 오늘은 거기로 갈 거야."


남산은 서울을 대표하는 관광지다. 남산에는 케이블카도 있고, 남산타워도 있다. 그리고 나의 추억도 있다. 하나는 아이가 지구별로 오기 전에 아내와 남산타워에 올라가 밥을 먹었던 일이고, 다른 하나는 그 산 아래에 있는 본사에서 몇 년간 일했던 일이다. 명동역 지하철 1번 출구 이름이 대한적십자사다. 일하다가 눈의 피로가 몰려오면 옥상에 올라가 남산을 올려다보거나 케이블카가 오르락내리락하는 걸 보았다.


을지로에서 택시를 호출해 남산케이블카로 향했다. 남산예장공원이 들어서 차량이 서울소방재난본부 앞으로 우회했을 때, 마침 예전 근무했던 건물이 나와 아이에게 "아빠 예전에 이 건물에서 근무했었다."라고 말해주었으나 아이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언덕길을 올라가는데 남산돈가스 가게마다 아저씨들이 밖에 나와서 우리 집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하는 것을 보며 여전하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택시는 남산케이블카 주차장에 도착했다.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티켓창구 방향으로 잰걸음에 갔다. 케이블카를 타려는 사람들로 줄이 항상 길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찌된 게 나만 가방 메고 분주하고 함께 하는 아내와 아이는 느긋하기만 하다. 배우 이서진이 짐꾼 역할로 노배우들을 보조하며 여행하는 '꽃보다 할배'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이번 여행의 컨셉을 굳이 잡자면 마치 '꽃보다 여인'쯤 되지 않았을까. 티켓팅을 마치고 사람들의 뒤를 따라 줄을 섰다. 예상대기 시간은 1시간. 와이프는 중간에 놓인 의자에 잠시 앉아서 쉬다가 남편이 선 줄이 앞으로 많이 당겨져 다시 합류했다. 


무덥긴 했지만 날씨가 좋았다. 남산에 오르는 이유는 청명한 서울을 보기 위함이니깐. 아이는 무서워하면서도 감탄한 듯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찰칵찰칵 찍었다. 케이블카는 금세 정상에 올라갔다. 내려서 가장 먼저 아이 눈을 사로잡은 건 수많은 자물쇠들. 인간은 어디를 가든 흔적을 남긴다. 연인끼리, 가족끼리, 친구끼리, 동료끼리 누구랑 왔든 소망을 적어 여기에 걸었다. 그 자물쇠가 치렁치렁했다. 아이가 자기도 하나 쓰고 싶다고 해서 사 주었다. 아이는 하얀 자물쇠에 가족의 건강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적었다. 그런데 우리가 산 자물쇠를 보니 푸는 열쇠가 없다. 그 마음 변치 말자는 뜻 같기도 했다. 눈으로는 걸어놓은 자리를 잠시 기억해 두었다.


날씨도 좋고 바람도 서늘하고 남산타워 편의점 앞에서는 생맥주를 팔았다. 아내가 맥주 한 잔 마시자고 했다. 콜~~. 낮술이면 어떠랴. 이런 날 기분에 취하는 거지. 아내에게는 생맥주에 소시지를, 날 위해선 카스를 샀다. 아내는 나눠 먹으면 되지 두 개나 샀냐고 했다. 아내는 생맥주를 반 정도 입가심으로 마신 뒤 아이와 주변을 돌았고, 나는 남은 맥주를 마시면서 홀로 자리를 지켰다. 직장인의 일상은 참 분주하게도 움직이는데 이곳에서의 이 시간은 참 더디게 흘러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는 아이가 돌아와 기념품을 사 달라고 해서 같이 따라갔다. 남산타워 스노우볼 워터볼을 골랐다. 그것도 음악이 나오는 제일 비싼 걸로. 값비싼 걸 잘 알아보고 고르는 심미안이라도 있는 걸까. 그렇게 남산에 다녀왔다는 일생의 기억을 아이에게 남겨주고 우리는 케이블카로 하산하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왕과 왕비가 따로 잔다고? 왜왜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