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광주전남혈액원에 발령나서 갔을 때 1980년 5월 19일에 광주적십자병원으로 입사를 했다는 선배직원분이 계셨다. (작년 말로 퇴직하심) 30여 년 전 군대 가려고 병무청에 신체검사를 받으러 갔을 때 한쪽 구석에서 공무원이 한 할아버지에게 "언제 입대하셨어요?"라고 물었는데 할아버지가 "1950년 12월"이라고 말씀하셔서 모두가 그쪽을 일제히 쳐다봤던 일처럼 그 날짜를 듣자마자 내 눈과 귀가 동시에 열렸다. 들은 바로는 입사한 날 너무 무서웠고 버스가 없어서 산을 넘어 집으로 돌아갔다는 얘기를 하셨던 것 같은데 난 속으로 그 난리 중에 어떻게 입사를 하셨을까 생각했었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면 더 좋았을텐데 나도 일하느라 더 깊은 얘기를 못 여쭤본 게 지나고 나니 아쉽긴 하다.
오늘은 5월 18일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이다. 이 날을 기념해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에서 <5·18 민주화운동, 헌혈로 이룬 연대>라는 영상을 만들어 배포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총탄에 쓰러진 이웃들을 구한 건 다름아닌 시민들의 '자발적 헌혈'이었다는 내용이다. 영화 <택시운전사>에도 등장했고 광주민주화운동 사적지이기도 한 광주적십자병원에서 당시 근무하셨던 박미애 수간호사님의 이야기도 담겼다.
업무시간이 끝나고 지난 달 광주로 발령난 선배에게 전화해 보니 거기는 비 안 오냐며 광주는 비가 많이 내리고 있다고 했다. 행사는 맑은 날이 좋지만, 아픔이 있는 날은 비가 더 자연스러운 것 같기도 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Oq96SR047c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