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포데로샤 Jun 15. 2023

대입제도 바뀌자 10대 헌혈자 급감

같은 헌혈인데 학교에서 하면 대학입시에 반영되고, 헌혈센터에 가서 하면 반영되지 않을까?

    

학생부종합전형의 불공정성에 대한 비판과 정시 확대를 요구하는 국민 여론이 거세지면서 교육부는 2019년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개선안에는 부모배경 등 외부요인이 입시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2024학년도 대입부터 학교교육계획에 반영된 학내 봉사활동은 대입에 반영하되, 개인 봉사활동은 반영하지 않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 말은 곧, 같은 헌혈이라도 고등학생들이 학교 헌혈버스에서 헌혈하면 대입에 인정되나, 거주지 주변 헌혈센터를 찾아가 헌혈하면 개인봉사로 간주돼 대입에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했다.


인간의 생명을 살리는 유일한 수단인 헌혈이 학교 안과 학교 밖 봉사라는 기준으로 나뉘어야 할까? 가뜩이나 저출산으로 인해 학령인구가 매년 감소하는 상황에서 학생 헌혈에 제약이 걸려버렸다. 실제 10대 헌혈은 2018년 85만 명에서 2022년 43만 명으로 절반가량 줄었고, 헌혈의집을 찾는 고등학생들도 많이 줄었다. 코로나 영향도 있었지만, 대입제도 변화의 영향도 컸다.


그럼 어른들이 헌혈을 더 많이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나는 적십자에서 20여 년 일을 하면서 알게 된 바가 있다. 기부와 헌혈 같은 나눔은 경험해 본 사람이 다시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기부도 헌혈도 배움과 실천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학창 시절에 이런 나눔을 경험하지 못하면 사회에 나가서 용기 내서 하기가 어려워진다. 누군가 하겠지 남일처럼 여겨진다. 그러므로 학교 밖 헌혈의 봉사반영 제한이 사회적 문제의 해소가 아니라 또 다른 심화를 야기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물론 봉사점수에 연연하지 않고 헌혈의 집을 찾는 10대도 많다. 하지만 다수는 그렇지 않다는 걸 통계가 말해준다. 그 학생들도 대부분은 학교 내에서 헌혈을 경험해 보았기 때문에 헌혈의집을 찾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학내 헌혈도 계속 이어져야 헌혈에 대한 인식은 높아질 수 있다.


얼마 전 나는 한 고등학교에 헌혈섭외를 하러 갔다. 나를 만난 선생님은 "개인적으로 10대에게 헌혈을 시키는 것은 안 맞다고 생각한다. 어른들에게 헌혈을 받는 게 좋을 것 같다"라며 학교 헌혈을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만 16세부터는 헌혈이 가능하도록 법적으로 규정되어 있고, 교육청에서도 헌혈의 중요성을 알기에 각 학교에 안내를 해 줌에도 불구하고 이런 말을 들었다.


내가 태어난 해에는 한 해 75만 명이 태어났다. 그리고 2022년에는 22만 명이 태어났다. 인구가 줄어서 발생하는 문제는 헌혈에도 영향을 미친다. 젊은 사람은 줄어들고 나이 든 사람은 점점 늘어나는 고령화 사회구조 속에서 혈액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젊어서 안 하던 헌혈을 나이 들어서 갑자기 하게 될 수 있을까? 학교 안뿐만 아니라 학교 밖에서 실시되는 헌혈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헌혈은 봉사활동 대입 반영에 예외가 되어야 한다. 이 시점 우리에게 필요한 건 한 명이라도 더 헌혈할 수 있는 환경이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사장님의 헌혈 사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