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적십자 다이어리
스콧니어링은 하루 4시간은 생계를 위해 노동하고, 4시간은 좋은 사람과 친교하고, 4시간은 지적활동을 하는 조화로운 삶을 살았다. 내 삶에서 하루 딱 8시간만 노동하고, 2시간은 교류하고, 2시간은 지적활동을 할 수만 있어도 좋겠다. 봉사는 시작은 있어도 끝은 없다고 했던가. 그래서인지 일은 점점 늘어나고 점점 일터에서 발을 빼기가 힘들어진다. 과연 이대로 나의 삶은 풍요로울까?
며칠 전 제천에서 사할린동포 영주귀국 2주년 기념 및 여성의 날 행사가 있었다. 이분들이 사할린을 비롯해 러시아 주요 지역에서 충북 제천으로 오신 지도 벌써 2년이 지났다. 120명의 영주귀국자를 맞이하기 위해 캠프를 차리고 집집마다 청소하고 가구를 들이고 사할린까지 가서 모시고 온 게 엊그제 같은데 시간이 참 빨리 흘렀다.
국내 여러 지역에 사할린동포가 영주귀국해 살고 있지만, 제천에 오신 분들은 참 잘 오셨다고 생각한다. 행정기관에서 관심을 갖고 대폭 지원을 해 주고 있으며, 적십자봉사회도 가까이에서 헌신적으로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사할린에서 거주지 신청을 할때 제천이랑 다른 지역을 놓고 고민하다가 다른 지역을 택한 가족이 뒤늦게 후회를 하고 한 달동안 말도 안 했다는 우스갯소리가 들려오니 말이다.
행사장에서 반가운 분들을 많이 만났다. 특히 사할린에서 알게 된 박 어르신 부부를 행사장에서 다시 뵈니 무척이나 반가웠다. 웃으면 안부를 여쭙고 악수와 포옹을 했다. 내가 청주에 사는 걸 알고 계시기에 언제든 제천에 오면 집으로 놀러 오라고 하셨다.
이날 행사를 지켜보면서 나는 우리나라와 러시아의 문화 차이를 잠시 느낄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행사가 1부 개회식 2부 공연으로 진행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앞에 나가서 노래에 맞춰 각자 춤을 덩실덩실 추거나 노래를 부르는 편이다.
하지만 사할린동포는 노래가 나오면 모인 사람들 대부분이 자리에서 일어나 앞에 있는 홀에 나가 손을 맞잡고 춤을 춘다. 그리고 노래가 멈추면 자리로 돌아가 술(러시아라면 보드카겠지만 한국에서는 소주)을 한 잔 하고 다시 음악이 나오면 벌떡 일어나 앞으로 나와 춤을 춘다. 생경한 장면에 사할린에서 이렇게 하는 지 물으니 "그렇다"고 하시며 "보통 3~4시간은 기본인데, 한국은 2~3시간 안에 행사를 끝내서 아쉽다."고 하셨다.
술, 음악, 춤, 이야기가 끝이지 않는 자리.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여유가 느껴졌다. 인생은 짧고 무한하지 않기에 더욱 더 현재를 알차고 즐겁게 보내야 하겠지.
카르페(Carpe Diem)이란 말처럼..
<2012년 제천 사할린동포 영주귀국 2주년 행사를 다녀오고 썼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