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포데로샤 Aug 15. 2023

아이들은 부모를 닮는다

징검다리 휴일, 아파트 헌혈에서 만난 가족들

8월 14일은 징검다리 휴일이었다. 하루 휴가를 내면 내리 쉴 수 있는 황금 같은 휴일이지만, 남들이 다 휴가 내고 싶어 하는 날은 역으로 헌혈 섭외가 어려운 날이다. 다들 쉬고 싶은데 그날 '어서 오십시오~'하고 헌혈을 받아줄 기관을 찾기는 어렵다. 그러면 우리는 다른 곳으로 헌혈을 간다. 어제는 헌혈버스 5대 중 4대가 지역별 아파트로 헌혈을 나갔다.


학교에서 헌혈을 하면 친구끼리 오고, 회사에서 헌혈을 하면 동료끼리 오고, 군부대에서 헌혈을 하면 전우끼리 온다. 아파트에서는 주로 개인별로 오지만 가족끼리 오기도 한다. 어제 내가 인솔 나간 아파트에서는 아빠와 함께 온 6살 아이, 엄마와 함께 온 학생 등 총 5팀이 가족 단위로 왔다.


일단 어린아이들은 헌혈버스에서도 귀여움을 받는다. 아빠가 헌혈하는 동안 떨어져서 기다리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면 옆에서 재밌게 놀아주어야 한다. 아빠가 휴대폰을 잠시 주고 들어가서 아이 놀거리는 해결됐다. 대신 우리는 아이 먹을 과자를 하나 꺼내 주고, 점심 먹고 들어오면서 사 온 수박주스도 종이컵에 따라줬다. 아이는 30분 동안 영상 재밌게 보고 차에서 잘 놀다가 돌아갔다. 다음에 또 와도 환영이다.


엄마와 함께 온 한 학생은 키가 커서 고등학생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중학생이었다. 어머니랑 언니 동생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정말 쏙 빼닮았다. 어머니가 문진을 마치고 채혈실에 들어갈 때 간호사 선생님이 학생에게 "엄마 헌혈하는 거 구경해도 괜찮아."라고 말하니 같이 따라 들어간다. 채혈과정만 잠시 보고 대기실로 나온 학생에게 "나중에 커서 할 수 있겠어?" 하니 대답은 안 했다. 하지만 어머니의 길을 따라가지 않을까.


고등학교 아들과 어머니는 함께 헌혈을 하러 오셨다. 헌혈자에게 안내하는 문자메시지를 미리 발송하는 데 지난번 인근 아파트에서 헌혈한다고 메시지를 받았는데 못 하셨다며 오늘은 꼭 하고 가겠다고 하셨다. 그런데 아들은 문진을 통과하고 어머니는 탈락하셨다. 아마도 헤모글로빈 수치가 부족하셨나 보다. 아들이 헌혈을 다 마칠 때까지 차에서 기다리신 뒤 다음을 기약하며 내려가셨다.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부모님이 아이들과 동행하는 것은 헌혈에 대한 거부감도 없애고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올 가을에 헌혈을 할 때 아이를 헌혈센터에 데려가 보려고 한다. 혈액이 담기는 채혈백은 직접 만질 수 없지만 검체주머니는 만져볼 수 있기에 아빠의 혈액이 몸 밖에 나왔을 때 따뜻한 지 직접 손을 대 보고 온기를 느껴볼 수 있도록 경험시켜 줄 계획이다.


뜨거운 폭염 아래 하루종일 헌혈을 진행했지만 예상대로 다른 날에 비해서 헌혈량은 부족했다. 열심히 해도 어쩔 수 없는 날도 있다. 헌혈량이 적은 날이 있으면 또 많은 날도 있기에 결코 일희일비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도 아이들은 부모를 닮는다는 말의 의미를 떠올려본 시간이었다. 그렇게 징검다리 휴일 헌혈을 무사히 마쳤다.

매거진의 이전글 청소년단체 활동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