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로 적십자 생활 20년이 되었다. 내가 조금 늦게 들어왔으니 우리 동기들 모두 강산이 두 번 변할 기간을 적십자에서 보냈다. 오래 일했다고 특별한 세리머니가 있는 것도 아니다. 수당이 조금 오르는 정도. 그저 스스로 기억할 뿐이다. 대화하다 우연히 얘기가 나오면 나는 그냥 "드디어 명예퇴직 자격이 생겼네요. “라고 농담 식으로 얘기하고 만다. 말은 그래도 아직은 내 일을 좋아하기 때문에 퇴사 생각은 없다.
며칠 전 동기에게서 퇴사한다는 카톡을 받았다. 명예퇴직은 아니고 외교부 산하 출범 기관에 경력사무관으로 가게 되었다고 했다. 국제경험도 많고 업무능력도 어학능력도 뛰어나 회사 내에서도 동기 중에서도 앞서가던 친구였다. 능력으로는 당연히 어디든 갈 수 있겠지만 정작 이렇게 떠난다니 아쉽다고, 앞으로 적십자는 어떻게 하냐며 답을 보냈다. 더 큰 세상으로 나가는 동기를 응원하는 말이었다.
누구나 한 번은 직장을 떠나야 할 시기를 맞는다. 각자 언제, 어떻게 떠나느냐만 다를 뿐이다. 동기를 보니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는 말은 지극히 당연하다. 직장 밖은 정글이라 하고, 하던 일이 가장 편한 일일 수 있지만 동기는 새로운 미래를 꿈꿨다. 나는 어떤 미래를, 어떤 마무리를 꿈꾸고 있는가 스스로 한 번 생각해 본다. 직장을 다닌 날들이 다닐 날보다 많아지다 보니 시간은 점점 빨리 흘러가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