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니다. 딸아이 얘기다.
작년에 초등학교에 들어간 아이는 매주 한 번 문학수업을 간다. 어린이전문서점 '서당'에서 운영하는 수업으로, 선생님은 책방지기님이기도 하시다. 아이는 이곳에서 다른 학교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 함께 책도 읽고 글도 쓰고 만들기도 하고 활동도 하고 이것저것 한다.
얼마 전 문학수업에서 작은 책 만들기를 하였나 보다. 선생님께서 평화라는 주제를 주셨고, 아이들은 각자 A4 용지를 손바닥 만하게 여러 번 접어서 그 안에 글도 쓰고 그림도 그렸다. 그리고 선생님과 약속해서 희망하는 사람에 한하여 만든 책을 서점에 진열하고 2천 원에 팔기로 했단다.
그런데 정말 책이 팔렸다. 서점을 자주 오시는 고객 분이 아이들 책을 모조리 사 가셨단다. 거기다 꼬마 작가님들에게 따뜻한 격려의 글을 남기고 가셨다. 이쁜 글씨로 딸에게 남기고 가신 글은 이렇다.
이서윤 작가님
덕분에 오늘은 '평화'에 대해 생각하는 하루가 될 것 같아요.
앞으로의 작품도 기대할게요.
서당 이웃 독자가
얼마나 색다르고 뿌듯한 경험인가. 아쉬운 건 아이가 수업시간에 만든 단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자마자 서점에 진열해서 아빠인 나는 표지만 보았을 뿐 그 내용이 어땠는지 보지 못했다는 거다. 아침을 먹으면서 들어보니 '평화는 모든 아이들에게 부모가 있는 거다', '평화는 전 세계 아이들에게 피자를 하나씩 나눠주는 거다' 등등 내용을 담았단다.
아빠는 책 하나 못 만들어봤는데, 벌써 책을 만들어 수익도 생기다니.
무언가를 시도한다는 건 참으로 대단한 일이다. 그리고 자라면서 얻게 된 경험은 분명 또 다른 시도의 자양분이 될 것이다. 그걸 보는 나는 그저 기특하고 대견해서 흐뭇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