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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데로샤 Oct 26. 2023

헌혈증서 250매를 기부한 제천 영웅시대와의 만남

매월 넷째 주 수요일은 제천시민회관에서 시민헌혈을 하는 날이다. 충북 북부에 위치한 제천은 혈액원이 위치한 청주에서 차로 2시간 떨어져 있는데 헌혈의집이 없는 지역이라 헌혈버스로 단체헌혈을 나가고 있다. 작년부터 시작한 시민헌혈은 시민들에게 홍보가 잘 되어 있어 갈 때마다 참여가 높은 편이다.


어제는 헌혈도 헌혈이지만 조금은 특별한 의미로 제천시민회관을 방문하게 되었다. 가수 임영웅 팬클럽인 제천 영웅시대가 'Do or Die' 노래 발매와 전국투어 콘서트 기념으로 헌혈증서 250매를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셔서 이날 전달식을 갖기로 하여 내가 대표로 가게 되었다.


광주전남혈액원에서 근무할 때 한 번 영웅시대가 헌혈의집을 방문한 적이 있어 이번 기부가 낯설지는 않았다. 당시 광주 영웅시대는 헌혈센터를 방문하여 헌혈도 하고 헌혈증도 기부했던 일이 기억에 났다. 그런 걸 보면 연예인 팬클럽이 만드는 온기가 여기저기서 활짝 피어나는 것 같다.


오후 2시쯤 오신다고 해서 미리 가서 기다리니 파란 후드를 입으신 어머님들이 한 분씩 한 분씩 오셨다. 제천은 인구 13만여 명의 중소도시인데 흔히 지역사회라는 표현처럼 영웅시대 회원님 중에는 이날 자원봉사하고 계신 노란 조끼 적십자 봉사원이 지인이라 서로 인사하는 분들도 계셨다.


사실 나는 헌혈증서 전달식에 가야 한다고 들었을 때 궁금한 게 하나 있었다. 회원분들이 어떻게 헌혈증서를 모으셨을까 하는 거였다. 헌혈증서 250개를 모으는 일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우리가 제천지역 전역을 다 다니기 때문에 이 분들이 직접 제천에서 헌혈하고 받으셨을까 주변에서 모으셨을까 혼자 궁금했다.


영웅시대 회장님이 오시고 작은 쇼핑백을 네게 건네주시면서 기증 헌혈증서 숫자를 확인해 보라고 하셔서 봉투를 열어 봉사관 간사님과 함께 숫자를 세어 보았다. 그 속에서 내가 궁금해하던 부분을 알 수 있었다. 봉투 속에는 여러 형태의 헌혈증이 담겨 있었고, 그 속에서 헌혈증서의 변천사를 한눈에 읽을 수 있었다.


내가 받은 헌혈증서는 크게 두 종류였다. 종이지류에 발급된 증서와 파란색 증서. 90년대와 같은 과거에는 헌혈증서 종이에 써서 도장을 찍어서 나왔다.(맨 왼쪽)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 받았던 헌혈증서도 이렇다. 이후 파란색 증서가 나왔고, 22년 9월 24일부터는 노란색 증서다. 파란색은 잃어버리거나 훼손되어 못 쓰게 되면 재발급이 어렵지만, 노란색은 1회 재발급이 가능하도록 바뀐 게 그 차이다. 90년대 증서도 제법 많은 것을 보면서 가족들이나 지인들이 과거에 했던 귀한 증서들을 싹 모으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원님들과 함께 준비한 보드판과 현수막을 가지고 사진을 여러 컷 찍었다. 나는 이번에 건행이라는 인사법을 처음 알았다. 건강하고 행복하세요의 의미가 담겨 있다는데 영웅시대 회원분들과 함께 동작을 취하면서 사진을 남겼고 행사는 마무리되었다. 회원분 중 3분은 현장에서 헌혈을 하시려고 했는데 대기줄이 길어서 다음 달에 하시기로 했다.


회원분들이 서로 서울 콘서트 때 만나자고 하시면서 자리를 정리하시길래 "임영웅 가수님 요즘 티켓 구하는 게 그렇게 어렵다고 하던데 어떻게 구하셨어요?"라고 여쭤보니 "아들 딸들이 다 해"라고 말씀해 주셔서 한바탕 웃었다. 부모님이 좋아하는 가수의 티켓을 반드시 구해드리는 것도 어찌 보면 효도라면 효도이겠다.


그렇게 영웅시대 회원님이 모두 가시고 나는 사진을 홍보담당에게 보내고 청주로 다시 출발했다. 십시일반이라는 말이 있다. 여럿이 힘을 합치면 한 사람을 돕기 쉽다는 말로 혼자는 힘들지만 뜻이 맞는 사람들이 함께 하면 좋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의 팬클럽 활동을 하면서 또한 함께 기부 같은 좋은 일에 동참하는 일, 건강한 취미이지 않는가. 즐겁게 활동하시는 영웅시대 회원분들 앞으로도 응원하겠다. 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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