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올해 마지막 헌혈을 했다. 다섯 달만의 헌혈이다. 공백기가 있었는데 다른 일이 있어서는 아니고 연간 채혈 횟수에 걸렸기 때문이다.
혈액관리본부에서는 2016년부터 헌혈자의 안전(빈혈예방 등)을 위해서 1년 내 헌혈가능 횟수를 제한하고 있다. 8주마다 할 수 있는 전혈은 1년 내 5회까지, 14일마다 할 수 있는 혈소판성분헌혈/혈소판혈장성분헌혈은 1년 내 24회까지만 가능하다. 헌혈량으로 치자면 연간 2,160ml다.
나는 전혈을 하고 있다. 수혈용이고, 그게 회사에 더 보탬이 되기 때문이다. 전혈은 적혈구와 혈장 그리고 혈소판 세 가지 성분으로 추출이 가능하지만, 성분헌혈은 오로지 그 성분만 추출이 가능하다. 작년 11월부터 올해 7월까지 5회를 다 채워서 채혈 횟수가 풀리는 11월 말을 기다렸는데 그 무렵 치과치료도 받고 이어서 2주 간 감기를 앓다 보니 1달이 더 지나고서야 할 수 있었다.
이번 헌혈장소는 고등학교였다. 레드커넥터에서 작년 11월부터 나의 헌혈장소를 검색해 보니 다양해서 재밌다. 복대 1동 행정복지센터, 청주운전면허시험장, 한국전력공사 동청주지사, 오창 중앙하이츠빌 아파트, 청주테크노폴리스드푸르지오아파트 그리고 청주고등학교.
모두 다 내가, 아니면 우리 팀원이 출장 간 헌혈단체다. 당일 헌혈이 너무 안 되는 차량 쪽으로 점검하는 척 갔다가 헌혈하고 온 적도 있고, 내가 인솔을 나갔다가 중간에 헌혈자가 뜸해서 헌혈한 곳도 있다. 청주운전면허시험장은 헌혈자가 진짜 너무너무 안 와서 나부터 헌혈을 개시하고 홍보했던 곳이기도 했다. 헌혈자가 안 와서 헌혈실적이 저조하면 나도 직장인이기에 쥐구멍에 숨고 싶을 만큼 마음이 불편하다.
사실 이번 헌혈은 아이를 데리고 집 근처 헌혈센터에 가서 하려고 했다. 아이에게 헌혈 과정을 보여주고 아빠의 혈액도 만져보게끔 해 주고 싶었다. 그런데 수능이 끝나고 고등학교 3학년 헌혈 참여가 낮은데다,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단체헌혈도 저조해지고 있어서 마음을 바꿔 그냥 출장 간 학교에서 했다. 아이에게는 내년에 아빠랑 같이 헌혈센터에 가자고 했다.
이렇게 또 한 해가 간다.
그래도 올해는 연간채혈량을 채워서 그런지 나름 내 할 일을 하고 마무리한다는 기분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