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책읽기와 글쓰기를 작년보다 더 많이 해 보려고 한다. 딸아이와 함께 하던 곰손아빠의 그림편지를 작년 말로 모두 마쳤기 때문에 매주 그림 그리고 편지 쓰던 시간을 이제 다른 쪽으로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마음과 달리 첫 달부터 쉽진 않다. 새해 첫 주는 김민섭 작가의 책으로 시작했다. 그 시작은 <당신은 제법 쓸 만한 사람>이었고, 이어서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를 읽었다. 일상에서 행동하는 선한 사람. 내용이 따뜻하고, 잘 읽힌다. <당신은 제법 쓸 만한 사람>은 글과 관련된 내용이라 손길이 갔다면, 두 번째 책 <당신이 잘 되면 좋겠습니다>는 비슷한 경험, 일하는 회사와 관련된 내용이 담겨 때문에 손길이 갔다. 바로 헌혈이다.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는 일본으로 여행 가려고 비행기표를 예약했으나 갈 수 없는 상황이 된 작가가 티켓을 무상 양도하기 위해 여권 이름이 같은 또 다른 김민섭 씨를 찾는 과정을 다룬 '김민섭 찾기 프로젝트' 이야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사실 나는 이 책의 문을 여는, 50여 페이지에 걸친 헌혈 이야기가 더 궁금했다. 내게는 헌혈이 또 다른 키워드 '적십자'로도 읽히는데, 새로운 적십자를 만나는 일은 내겐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나름 영화나 책이나 일상 속에 숨어 있는 '적십자'를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책이 나온 지 두 해가 지난 최근에서야 이 책에 작가의 헌혈이야기가 담겨 있는 것을 알았다.
내부에서야 더 많은 사람들에게 헌혈을 알리기 위해 홍보하고 있지만, 외부에서 자신의 헌혈경험을 글로 써서 주변에 전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하물며 유명인이 헌혈했다는 소식은 좀처럼 보기 어렵다. 그런 면에서 김민섭이라는 이름 있는 작가의 글과 책은 주변인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의 선한 참여와 영향력이 혈액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또 다른 미래의 헌혈자에게 잘 연결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꼭 그랬으면 좋겠다.
2021년 봄까지, 나는 80번의 헌혈을 했다. 20대에 100번의 헌혈을 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30대에는 그렇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시 헌혈을 하고 있는 건 여전히 나의 피 보다 가치 있는 글을 쓸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계속 그럴 것이다. 다만 글을 쓰려면 어제보다 조금은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나는 좋은 몸과 마음을 가지기 위해, 내가 아는 가장 좋은 방법인 헌혈을 계속해 나가고 싶다. 다시 찾아온 이 안온함이 기쁘다. p67 <당신이 잘 되면 좋겠습니다>
2022년 기준 총인구 51백만 명 5.15%가, 헌혈가능인구(만 16세~69세) 38백만 명 중 3.4%가 헌혈에 참여했다. 공부로 상위 3% 들기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지만, 헌혈에 참여하면 생명나눔으로 상위 3%에 곧바로 입성하게 된다는 사실. 사회를 지탱하는 데 있어서 이게 더 중요한 일이지 않을까. 어제자 아침신문에는 <헌혈도 늙어간다... 20대 이하 헌혈 18년 새 30만 건 줄어>라는 기사가 실렸다. 어제 보다 나은 내일이 되어야 하는데, 인구도 그렇지만 헌혈자도 신규 유입보다 줄어드는 인원이 자꾸 많아지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출처 :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