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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데로샤 Mar 06. 2024

아빠도 회식할 때 저 아저씨들처럼 소란스러워?

지난 토요일 저녁, 우리 가족은 단골 삼겹살집에 갔다. 조금 이른 저녁이라 식당 안 자리는 절반이 비어 있었지만 벽면 TV 아래 중년 남자 8명이 대화하며 식사를 하고 있었다. 식탁 위에는 술병이 제법 쌓여 있었고.


아이의 시선은 틀어놓은 TV를 향해 있었다. 고기가 나오고 다 구워져 먹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옆 테이블 아저씨들의 목소리는 처음보다 한층 높아져 있었다. 나조차 말소리가 너무 커서 시끄럽다고 생각하던 차였는데 초등학교 2학년 딸아이도 꽤나 거슬렸나 보다.


"아빠도 회식할 때 저 아저씨들처럼 소란스러워?"


무심한 듯 툭 던지는 딸아이의 질문에 참으로 난감했다. "저 소리 싫어"도 아니고 아빠도 그러냐는 질문이라니. 흡연자도 남의 담배냄새가 싫고, 음주자도 남의 음주가 꼴불견일 때가 있는 법. 그렇지만 아이의 물음에 내가 즉답을 못한 건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모습을 보였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왜 저렇게 되는지 나도 음주경험으로 안다. 술을 마셔서 거나해지면 듣는 감은 떨어지고 기분은 업되서 너도나도 덩달아 목소리가 높아지게 된다. 그렇게 알코올은 사람을 변하게 만든다.


흔히 술은 어른에게 배우라고 말한다. 그래야 예절 바르고 나쁜 술버릇이 생기지 않는다는 말이다. 술에 관대한 사회에서 돌아보면 술자리 매너까지 잘 배우며 술을 마셨던 것 같지는 않다.


그렇게 이날은 어른이 아닌 아이를 통해 술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아빠가 되니 아이가 사는 세상이 보인다. 아이에게 부끄러운 아빠가 되지 않도록, 다른 아이나 가족에게 피해가 되지 않도록 나부터 조심, 또 조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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