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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데로샤 Apr 10. 2024

결혼기념일

4월 10일. 우리 국민들에게 중요한 총선일이지만, 우리 부부에게는 결혼기념일이다. 감사하게도 올해는 더 알차게 보내라고 휴일로 지정까지 해 주시네. 어느덧 결혼 19주년이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 성혼선언문과 주례사를 다시 꺼내 읽어보았다. 주례사는 언제 읽어도 참 명문이다. 


요즘은 주례 없는 결혼식이 대세지만, 과거 내가 결혼할 때만 해도 주례는 필수였다. 내 주례 선생님은 대학교 철학수업에서 만난 교수님이셨다. 대학 4학년 1학기 때 교양수업으로 철학과목을 들었다가 K교수님께 홀딱 반해서, 2학기 때는 철학수업으로 두 과목을 더 들었다. 


강의도 좋은데 교수님이 외모도 출중하시고 매력도 넘치셔서 그런지 배우도 아닌데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도 출연하셨다. 암튼 졸업하고 결혼을 준비할 때 난 무조건 교수님을 주례선생님으로 모셔야 겠다고 생각해서 간청을 드렸다. 그때 교수님 나이가 40대 초반이셨으니 나름 파격적으로 주례선생님을 모신 셈이다. 


결혼식에서 들려주셨던 주례사를 나도 아내도 서서 귀담아 들었다. 하객 분들은 그 소리가 잘 들리셨을지 모르겠지만 일반적인 주례사와는 다른 결혼이라는 제도와 의미에 대한 본질적인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었다. 우리 부부는 그때도 감동했고, "지금도 어디가서 들어봐도 우리 주례사만큼 좋은 주례사는 없는 거 같아"라고 말하곤 한다. 주례 없는 결혼식도 존중하지만, 다들 결혼이라는 세계를 잘 모르기 때문에 좋은 주례선생님과 주례사를 만날 수 있다면 인생의 금언이 될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게 오늘 우리 가족은 외식하고 케익 불고 와인도 한 잔하며 잘 보냈다. 내년은 20년이라 좀 더 의미있는 의미있는 시간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 한동안 연락도 못 드렸는데 스승님께도 연락을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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