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올해 두 번째 헌혈을 했다. 근무처가 혈액원과 같은 건물에 있어 멀리 가지 않고 원내 헌혈의집에서 헌혈할 수 있어 좋다. "예약 없이 헌혈할 수 있나요?" 헌혈실 문을 살짝 열고 P간호사님에게 물었더니 "괜찮아요"라며 들어오라고 했다. 전날이라도 예약을 하고 가면 혈액원에 도움이 되는 걸 알지만, 가끔은 마음이 동해서 하고 싶을 때가 있다. 이번에는 오른팔로 했다. 오른손을 많이 써서 주로 왼팔로 하는 편인데, 지난번 헌혈 때 지혈이 잘 안 되어서 이번에 팔을 바꿔보았다.
헌혈이 끝나갈 무렵 "요즘도 더블인가요?"라고 물어보았더니, "오전은 트리플로 했고요, 오후에는 더블로 해요."라고 답했다. 혈액백을 두고 하는 말이다. 더블은 혈액백이 두 개고, 트리플은 세 개다. 더블은 적혈구와 혈장을, 트리플은 적혈구, 혈장, 혈소판을 추출할 수 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트리플로 받는다. 그런데 의사파업이 시작되고 장기화되면서 수술이 연기되거나 줄어들면서 혈액사용량도 줄었다.
적혈구는 유효기간이 35일이지만, 피를 멎게 하는 기능과 면역기능이 있는 혈소판은 5일에 불과하다. 혈소판은 수술환자와 관련이 있다. 혈액은 병원과 협의해 출고하는데 혈소판이 원활하게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라 미리 받아둘 수 없다. 자칫하다가 폐기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으니 더블로 종류를 조절하는 것이다.
헌혈을 마치고 기념품으로 문화상품권을 골랐다. 퇴근해서 아이에게 책 사볼 때 쓰라고 줬다. 아이도 아빠가 종종 문화상품권을 건네는 걸 알기에 "아빠 헌혈했어?"라고 물어보았다. 그래서 오른팔을 쓱 보여주었다. 아이가 책을 좋아하는 것은 습관의 결과겠지만, 헌혈하고 받은 문화상품권을 보태 산 책을 아이가 자주 읽으면 적어도 아이에게 좋은 기운이 흘러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번 주 장거리 운전도 있었고 피곤한 일정이었지만 더는 미루면 안 될 것 같아서 했다. 잘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