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5 오송참사 그날의 기억, 1년의 이야기
2023년 7월 15일은 충북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일어난 날이다. 오전 8시 30여분 경 궁평2지하차도에서 500여 미터 떨어진 제방의 둑이 터지고 미호강이 범람하면서 16분 만에 6만 톤의 물이 지하차도로 유입되며 완전 침수가 되었다. 그곳을 지나던 자가용, 시내버스 등 차량 17대가 순식간에 갇히면서 14명이 사망하고, 16명이 부상당하는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다.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었다.
그로부터 1년이 흘렀다. 궁평2지하차도는 여전히 개통되지 못하고 있다. 재난이 발생하여 직접 피해를 입은 당사자를 비롯해 가족, 목격자 등을 재난경험자라고 한다. 오송 참사로 재난경험자가 된 유가족과 생존자들은 그날을 어떻게 기억할까? 그리고 지난 1년을 어떻게 살았을까? 최근 이를 엿볼 수 있는 책이 한 권 나왔다. 바로 715오송참사 기록단이 쓴 <나 지금 가고 있어>다.
7월 15일 가족에게, 친구에게, 직장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지금 가고 있어요. 비가 많이 와서•••”이 말이 마지막이 된 14명이 있습니다. 울부짖는 가족이 있습니다. 이걸 '참담함'이나 '슬픔'이라는 말로 표현하기에는 부끄러움이 들 정도입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피해자들에게 '1년이나 지나지 않았냐', '이제 잊어버릴 때도 됐다', '잊고 살아야지 어쩌겠냐'라고 말합니다. 마치 슬픔에도 정해진 기간이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또 다른 16명이 있습니다. 재난참사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이들은 어떤 책임도 질 수 없다며 발버둥을 치는데, 살아남았다는 게 미안하고 죄스러운 16명의 생존자입니다. 이들에게 '그래도 살지 않았냐'는 말은 위로가 아니라 쉽게 지워지지 않는 상처이고 침묵의 강요였습니다. 트라우마로 고통 받으면서도 그 얘기조차 꺼낼 수 없을 만큼 힘겨운 날을 지속해야 했습니다. - 여는 글 中 / 7.15 오송참사 기록단 선지현씨
이 책에는 가족을 떠나보낸 유가족 인터뷰 여섯 편과 계속 살아가기를 다짐하는 사람들의 기록인 생존자 인터뷰 다섯 편이 수록되어 있다. 아직 다 읽지는 못하고 유가족 이야기와 생존자 이야기 몇 편을 읽었다. 1년이 흘렀지만 재난경험자들은 사고 이후 시간이 멈춘 듯 여전히 깊은 고통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었다. 재난으로 입은 상처는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진상이 규명되고 재발방지책이 마련되면 좋겠다. 그래서 그나마라도 그들의 깊은 슬픔과 눈물이 멈추고 일상으로의 회복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