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괴산의 시골버스 기사입니다>를 읽고
책 <나는 괴산의 시골버스 기사입니다>을 다 읽고 나니 츤데레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겉으로는 엄격하게 대하지만 사실 속마음은 상대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한 사람을 일컫는 용어 츤데레. 한귀영 작가님은 말 안 듣는 승객 때문에 자주 속이 자주 부글부글 끓고 때로는 할 말은 해야 직성이 풀리는 시골버스 운전사이시지만, 어쩌면 그것은 타인에 대한 관심이자 승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버스기사의 임무이지 않나 싶다.
괴산이라는 소도시가 낯설지 않다. 청주랑 인접해 있고, 처갓집 동서도 괴산 출신이다. 혈액원에 근무할 때 나는 중원대학교, 괴산고등학교, 괴산군청, 육군학생군사학교 등 괴산에 있는 기관에 출장을 다녔다. 괴산에는 가족들과 다녀 본 산이나 화양동 계곡 같은 아름다운 관광지들도 많다. 그래서인지 괴산터미널이라든지, 괴산고등학교라든지, 좌구산이라든지, 청천이라든지 하는 책 속에 등장하는 지명이 머릿속에 쉽게 그려졌다.
인구 3만 명 작은 도시 괴산의 시골버스 승객 중 8할은 노인이고. 나머지 2할은 학생, 장애인, 외국인 이주 노동자라고 한다. 괴산이 오죽 넓은가. 괴산군의 일개 면인 청천면이 진천군의 절반 만하고, 증평군이 괴산군 증평읍에서 분리된 것은 알았지만, 온천 휴양지인 충주 수안보면이 과거 괴산군 상모면에서 떨어져 나갔다는 것은 이번에 책에서 안 사실이다.
괴산 같은 작은 도시에서 시내버스 승객은 꽉꽉 찰 정도로 많지 않다. 그러니 버스는 돈벌이 목적이 될 수가 없다. 1인 1자가용 시대여서 다들 자기 차를 가지고 이동하는 사람이 늘어났지만, 괴산에는 여전히 버스가 필요한 사람들이 많다. 버스가 없으면 주민들, 특히 노인들의 발이 묶인다. 그러면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다. 그래서 버스를 공공재라고 하나보다.
버스에서 일어나는 소소하지만 인간미 나는 이야기들을 잘 읽었다. 노인이 많이 사는 지역이라 그런지 사연에는 노인 분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중에서 치매에 걸리신 노인 이야기가 두어 번 나온다. 겨울에 가까워진 시기라서 그럴까. 인생의 겨울에 접어든 이야기에 사뭇 마음이 슬프기도 하다.
이 책은 지역문화콘텐츠기획사 문화잇다의 공식 첫 번째 책이다. 문화잇다 블로그에 들어가 보니 내년에 괴산아트홀에서 이 책을 뮤지컬로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이 책을 보면 도시의 화려함은 없지만 지역적인 것이어도 충분히 가치 있는 내용이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