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범죄는 법적 처벌이 약해서 범죄가 근절되지 못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람이 무서워하는 게 있어야 잘못된 행동에 가담하려는 마음을 안 먹을 텐데 그렇지 않으니 범죄가 갈수록 지능화되고 없어지지 않는 것 같다.
이런 생각을 떠올린 건 어제 만났던 보이스피싱 피해자 때문이다. 그동안은 법원, 검찰, 경찰, 행정기관 등 공공기관을 사칭했다는 얘기를 주변에서 많이 들어도 보고 통화도 해 봤다. 그런데 이제는 내가 일하는 적십자 이름까지 팔면서 사람들에게 보이스피싱 사기를 치고 있다니 참으로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지난주 사내 교육을 가서 직원 사칭 보이스피싱이 지역별로 시도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도 그때까지는 피해자가 나오지는 않았는데, 어제는 우리 지역에서, 더욱이 내 직위를 사칭한 보이스피싱범에게 당한 피해자가 생겨서 당혹스럽고 안타까웠다.
사무실을 방문한 피해자는 들어오자마자 본인이 받은 명함 속 직원이 있는지 물었고, 자신이 보이스피싱 당한 사실을 확인한 후에 다시 경찰에 급히 신고하러 갔다. 보이스피싱범은 적십자에서 재난물자를 긴급 구매한다고 공문까지 가짜로 만들어 상대를 속였단다. 적십자 브랜드를 사기의 소재로 쓰다니 참으로 개탄스럽다.
AI 창업자 샘 올트먼은 "인공지능 때문에 심각한 사기 위기가 닥칠까 봐 아주 걱정하고 있다."라고 최근 대담에서 말했단다. 앞으로 도래할 인공지능 시대에는 사람의 목소리도, 사진도 그럴싸하게 위조가 가능할 것이고, 그러면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 더 어려울 것이다. 전문가의 말처럼 보이스피싱 범죄가 더 교묘하게 늘어날 것만 같아서 걱정이다.
피해자는 얼마나 절망스러울까. 추가 피해자가 발생되지 않도록 보이스피싱 단속도, 처벌도 강화되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도 하나 당부드리고 싶다. 적십자는 절차를 무시하고 사람들에게 돈을 보내라고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런 전화가 온다면 한번 더 꼭 확인하셔서 피해 없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