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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데로샤 Sep 22. 2020

하루에 두 번이나 내 차가 긁히다니

2015년 5월에 있던 일이다.


거창병원에 민원이 들어와 조사를 가게 되었다. 팀원 중에서 이 민원분야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나였고, 거리상으로도 집인 청주에서 거창까지 제일 가까웠기 때문에 내가 가게 되었다. 거창은 대중교통으로 가기에는  불편한 곳이었다. 어쩔 수 없이 승용차를 가지고 갔다. 2시간 운전을 해서 병원에 도착하였고 차를 주차한 뒤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오전 10시쯤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모르는 번호였다. 전화를 받아보니 아주머니가 차를 빼 달라고 했다. 병원 주차장이 협소한 데다 앞쪽 담벼락 아래로 다른 차들이 주차를 해 놔서 아주머니가 차를 바로 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옆 자리에 있는 내 차를 빼 달라는 거였다.


차를 빼 주려고 나갔다. 내 차에 가까이 다가가 보니 '얼랄라' 내 차 앞쪽에 긁힌 자국이 선명하게 보였다. 아주머니가 차를 빼려고 넣었다 뺐다 핸들 돌렸다를 반복하다가 내 차를 긁어놓은 거였다. 허탈한 웃음만 났다. 아주머니는 그때까지 영문을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아주머니께 설명을 해 줬다. 그제야 자기 차 뒷면에 긁힌 자국을 보고는 '협조요청모드'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사과모드'가 되었다.


아주머니는 나의 처분만을 기다리는 조마조마한 상황에 놓였다. 나도 머리가 멍했다. 새벽부터 장거리 운전을 했고 먼 길 출장을 왔는데 접촉사고가 났으니 기분이 썩 좋지 만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하지.' 알아보지도 않고 깊이 생각하지도 않고 아주머니에게 "5만 원만 주고 가세요."라고 말했다. 차를 뽑은 지 1년밖에 안 된 새 차나 다름없는데 수리비도 안 알아보고 그냥 불러버렸다. 아주머니는 땡잡았다는 표정으로 일순간의 주저함도 없이 지갑에서 5만 원을 꺼내 나에게 건넸다. 그리고 쌩하니 갔다.


나 잘 한 건가. 5만 원 불렀다가 손해만 볼 것 같은데. 쩝. 아주머니는 가고 잡스러운 생각이 잠시 내 머리를 맴돌았다. 에라 모르겠다. 어차피 벌어진 일.


그렇게 사무실에 들어와 오전 일을 마쳤다. 바깥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들어오는데 내 차 왼쪽 범퍼가 작살난 게 보였다. 오 마이 갓. 내 차는 분명 그 자리에 주차되어 있는데 하루에 두 번이나 이런 일을 당하다니. 아까는 오른쪽에서 긁더니, 이번은 왼쪽 범퍼에서 타이어 문짝까지 깊게 긁었다. 거기다 운전자는 튀고 없다. 난감한 상황이었다. 이 정도면 운전자도 분명 빠져나오면서 충격을 느꼈을 텐데, 모르쇠로 뺑소니까지 치다니 참 양심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병원 총무계장님이 내 상황을 듣더니 본인도 당황스럽고 난감했나 보다. 병원 민원 건으로 본사에서 조사를 나왔는데 조사담당자 차가 두 번이나 병원 주차장에서 사고가 났으니 말이다. 총무계장님은 자신이 병원 바로 옆에 있는 경찰서에서 의경 생활을 했다고 하시며 이런 건은 경찰서에 가서 신고하면 된다고 하셨다. 그렇게 함께 경찰서에 가서 신고를 했다.   


경찰 조사계에서 차량 사진을 찍었고, 경찰과 함께 CCTV를 점검했다. 다행히 CCTV에서 가해 차량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말 일 저지르고 내빼는 차량같이 허둥대며 달아나는 모습이었다. 차량번호를 확인하고 돌아간 경찰에게서 연락이 왔다. 가해차량 운전자와 통화가 됐다고. 물피 건은 뺑소니 처리가 어렵다며, 보험 처리하라고 했다. 그러겠노라고 했다. 


사고 운전자에게서 사과 전화를 받았다. 운전자는 이미 대구에 가 있었다. 정신이 없었고, 본인은 못 느꼈다고 한다. 거. 짓. 말. 처음에는 만날 듯하더니, 어디 그런가. 요즘 차량보험이 다 들어가 있으니 다들 접수 후에 돈으로 해결하려 든다. 보험 뒤로 빠진다. 멀리 출장 와서 내가 수고해서 뺑소니 차량을 찾아내고, 내 차는 또 시간 들여 고쳐야 하고. 1년밖에 안 된 내 차는 여기저기 수리의 흔적으로 중고차가 되게 생겼다.


접촉사고 운전자에게도 보험사 직원에게도 사고 부위를 다 고치겠다고 선을 그어놨다. 양심이 있다면 뭐라고 못하지. 이렇게 나는 불과 하루 3시간 만에 2번의 주차 사고를 겪었다. 5만 원을 받아서 도색비가 부족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뒷차 건으로 몽창 수리를 해야 해서 5만 원이 남게 되었다.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니 거창은 인구 대비 차가 많은 도시라고 한다. 주의 깊게 보니 지나는 차들 중 성하지 않은 차가 눈에 많이 띄었다. 그해 들어 사고가 잦았다. 모두 받힌 것이지만. 사고는 이제 없었으면 좋겠다. 나도 조심해야지.




<사진: 클립아트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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