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나와 바람과 가을의 재생된 상관관계를 풀어 봅니다.

by 차렷 경래


10월

김 경래



바람이 가을을 태우고
긴 여정을 떠나다 멀리 나 있는 곳에 들렀다
향기 나는 바람
그 그리움의 바람이
내 자리 옆 폭신한 담요 자락에 머물러 있다

가을은 바람을 향해 너 거기서 뭘 하니 묻는다
바람이 가을과의 동행을 멈춘 후
그를 뒷자리에 내려놓았기 때문이다
왠지 서운함과 아쉬움으로
뒷등 토닥이고 어서 가자 하지만
바람은 나와 노니는 이 시간만큼은 양보할 수 없단다

가을은 바람과 나와의 이 한량을 용납해야 했다
아무리 가을이 아름다워도
가을은 바람이 없인 계절답지 않고
가을이 전하는 그리움과 추억이란 것 또한
가슴에 파고들 수 없기 때문에

그 사이 나는 바람이 가져다준

내 긴 추억의 노트를

뒤적여 보다가 울먹이고 돌아 섰다
바로 바람 그가 태우고 간 나의 시대는
가을이라는 노랗고 빨간 색채에 뒤엉켜져
바람이 가을이고 가을이 바람인 채

결별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바람과, 나의 등 바로 뒤 이 가을이 서 있었다.





10월이면 늘 외람된 방청객이 소식을 전해온다. 어느 날 이른 아침에 문을 열었을 때, 신선한 바람이 가슴을 파고들던 기억이다. 한동안 지속되는 청명한 10월이 수 많고 같잖은 추억까지 끄집어내고 있다. 가을을 태우고온 바람의 유치 찬란한 오지랖, 심지어 상처뿐인 영광에도 눈물 흘리게 했는데, 바람이 부는 10월은 유독 멀리 지나온 어린 추석 동네 뒷골목을 생각나게 했다. 누나와 동생, 엄마, 아빠는 순차적으로 세상을 떠났고, 가버린 얼굴들은 눈에 밟히고, 코를 찌르고, 눈시울을 붉히며, 내 영혼의 사지까지 가슴 시리게 한다. 굳이 밝히자면, 바람 중에는 특별 분류된 바람도 있어, 어느 날 꾹꾹 눌러둔 추억의 일기장을 들추는 게 본업인 신분도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노트의 끝으로 계속 가 보면, 이 기이한 현상은 바람을 둘러싸고 있는 가을의 위세 때문이란 걸 알게 된다. 그 추상적이고 범 세계적인 압력이 지금 내게 아주 가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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