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바람과 가을의 재생된 상관관계를 풀어 봅니다.
10월이면 늘 외람된 방청객이 소식을 전해온다. 어느 날 이른 아침에 문을 열었을 때, 신선한 바람이 가슴을 파고들던 기억이다. 한동안 지속되는 청명한 10월이 수 많고 같잖은 추억까지 끄집어내고 있다. 가을을 태우고온 바람의 유치 찬란한 오지랖, 심지어 상처뿐인 영광에도 눈물 흘리게 했는데, 바람이 부는 10월은 유독 멀리 지나온 어린 추석 동네 뒷골목을 생각나게 했다. 누나와 동생, 엄마, 아빠는 순차적으로 세상을 떠났고, 가버린 얼굴들은 눈에 밟히고, 코를 찌르고, 눈시울을 붉히며, 내 영혼의 사지까지 가슴 시리게 한다. 굳이 밝히자면, 바람 중에는 특별 분류된 바람도 있어, 어느 날 꾹꾹 눌러둔 추억의 일기장을 들추는 게 본업인 신분도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노트의 끝으로 계속 가 보면, 이 기이한 현상은 바람을 둘러싸고 있는 가을의 위세 때문이란 걸 알게 된다. 그 추상적이고 범 세계적인 압력이 지금 내게 아주 가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