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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렷 경래 Nov 15. 2020

유투버가 별거라는 말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하기 싫다고 다짐하는 것이다 - 스피노자

며칠 전 친구를 만났다. 유튜브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친구는 색소폰 연주를 잘했었는데, 취미이자 재능을 그냥 죽이면 뭐하냐며 최근엔 연주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리기 시작했다. 돈을 좀 투자해 음향 장비까지 구입했고, 이젠 이에 맞추어 연주한 제법 수준 있는 영상도 올리게 되었단다.


시작은 단순하지만 여기엔 큰 의미가 있어 보였다. 마치 쪽문이 있어 들어왔는데, 그 건물 안에는 전혀 다른 세상이 기다리고 있는 것과 같을지도 모른다. 미술가에겐 갤러리가, 음악가에겐 무대와 청중이 있어 미술과 음악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듯이, 유튜브의 역할은 다수의 청중이 운집해 있는 무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이제야 보는 것은 세상 물정에 얼마나 느린가 하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나를 뒤돌아 보았다. 2012년 첫 찬양 음반을 내고 열정과 포부에 뜨거운 상태였다. 미루어 두었던 꿈의 첫 번째 열매였고, 많은 사람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치고 싶었던 때, 유튜브 채널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음반의 대표곡을 영상으로 편집해 올렸다. 여러 장소에서 노래한 장면이나 자작곡 등도 이곳에 모이면서 제법 모양을 갖추었고, 유튜브가 제공해 주는 글로벌 통계 덕택에 영상이 각 나라별로 노출되는 통계를 확인하며, 신기해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나면서 열정과 노력이 삶의 한구석으로 자취를 감추어 갔다. 프로로 사는 삶이 아니고선 늘 그렇듯, 본업과 취미는 반드시 구분되어 있어서 생업이 범람하면 꿈은 덮여버리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유튜브이라도 인기의 견인차 역할을 함으로 열정에 불을 댕겨주는 그런 희망적인 것도 아니었다. 글로벌 통계에 의한 이용자 확인을 할 수 있었지만 그것은 그저 통계일 뿐, 사실 영상을 보아주는 사람은 소소한 지역의 소그룹에 불과했고, 그나마도 사용자에 의한 클릭 횟수가 아예 없는 날이 더 많았다.


게다가, 서서히 잃어가는 자신감은 최대의 적이었다. 자격 지심이다. 성공한 사람들에게서 발견되는 일종의 뻔뻔스러움의 결핍과, 현실을 너무 예민하게 들여다본 자기 연민이다. 찬양이라는 숭고한 장르에 합당치 않은 삶에 대한 자괴감이다. "자격 없음!" 바로 그 연민이 주효했던 것이다. 


유튜브에 올린 나의 작품들 또한 흠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는 가수들 조차 자신의 이전 음반에 대해 만족하는 확률이 생각보다 낮다는 것과 같은 의미의 색안경이다. 녹음을 한 지 3-4년이 지나 되돌아본 노래 실력은 수준이 낮게 보였다. 이 소절은 이렇게 할 걸, 저 소절에서는 호흡이 문제였네 하면서 흠을 찾기 바빴다. 마찬가지로, 감정의 기복은 가장 위험했는데, 어느 날 우연히 음반에 관한 부정적 평을 듣고 모든 영상을 지워버리는데 이르렀다. 복합적인 요소들이 몰고 온 내부적인 재앙 상태, 바로 그것이었다.


유튜브의 영상은 한번 지우면 복구가 불가능하다. 확신 있을 때 Delete 버튼을 눌러야 한다. "Are you sure you want to delete permanently?"류의 물음은 선택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한 뭐든지 남겨두라는 촉구다.


Deleted! 그렇게 나의 영상들은 수증기처럼 사라져 버렸다.



유튜브의 가능성과 위치


확실히 유튜브가 난리다. 하루가 다르게 사용자가 늘어나고, 광고를 베이스로 한 수입 수단으로 영상을 올리는 사람이, 하루가 멀다 하고 늘어나고 있다. 바람 가는 곳에 구름 가듯이, 돈 있는 곳에 재능이 꼬인다.


이곳에 올라오는 영상은, 2018, 2019년 구글 정보를 기본으로 2020년 치를 추정해 볼 때, 1분당 600 시간 가량의 분량이다. 이는 1시간에 36.000 시간, 하루 동안 864,000 시간의 엄청난 영상이 매일 올라오고 있는 것으로, 한 사람이 하루치 업로드된 영상만 보는데 36,000 일이 걸린다. 구글에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 유튜브는 영상을 올리는 많은 개인들에게도 광고 수익을 배분한다. 유투버 상위 10명에게 배당되는 금액이 개인 평균 매년 200억이나 된다는 조사도 있다.

참조 기사:
https://news.joins.com/article/23212027
https://www.junsungki.com/magazine/post-detail.do?id=2434)


유튜브는 팬데믹 기간인 2020년 3월부터 6월 사이 기하급수적 성장을 이룬다. 전 세계 인구 78억이 바깥출입을 못하고 할 일을 찾을 때 유튜브는 진정한 출구가 되어주었다. 영상을 시청하는 사람들의 증가에 맞물려 유투버의 증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정보의 홍수 속에 가짜, 저질, 음란 등으로 풍속을 저해하는 역효과도 많았다.


그러나, 유튜버의 증가가 꼭 돈에만 그 이유가 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이는 개개인이 가지고 있던 잠재력을 깨닫고 펼칠 수 있는 장이 되어주는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일을 펼칠 무대가 있다는 것은 특권이며, 그것도 나이가 많은 사람들에게, 이전에는 가능하지 않았던 새로운 도전을 주는 무대라면 더더욱 의미는 크다.


통계로 본 유튜브 이용자 중 다수층은 50세 이상이다. 이 세대를 겨냥해 인기를 누리는 시니며 유투버 박막례 TV 나 영원 씨 01 seeTV 등은 놀라운 고수익을 달성한 예이다. 먹방, 귀농, 살림, 작물, 기술 분야 등의 많은 유투버들은 경험과 연륜이 많은 50대 이상이다.


특별히 이런 '자기표현'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보니 미래가 보였다. 나만의 콘텐츠를 제작해 올릴 수 있다면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청자가 많으면 좋지만 적다 해도 괜찮다. 그리고, 혹시 나의 작품이 너무 유치해서 부끄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버려도 좋을 만큼 이미 유튜브 안에는 수많은 유치함이 자랑스럽게 시청이 되고 있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지난 1개월 반 동안 매주 최소 한 작품은 발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는데, 이는 글 공개가 자기 발전에 중요하다는 여러 작가의 경험을 참고했다. 공개함으로 글과 글 쓰는 이가 동시에 진보하는 것처럼, 유튜브 채널에 자기만의 콘텐츠를 올리는 것 역시 삶에 변화와 재미를 더할 것이다. 자아실현은 어쩌면 작은 데서부터 시작된다. 좋아하는 것을 즐겁게 하고, 도전을 느끼며 늘 생각하고 구상하는 아이템을 가진 정신적인 부자가 되고, 작품을 만들며 재능을 나눌 수 있고, 이것이 돈으로 연결된다면 바로 그것이 긍정적인 유튜브의 기능이지 않을까.



나 만의 콘텐츠 세 가지


개인으로 돌아와서, 그럼 나는 어떤 콘텐츠가 있을까? 앞서도 언급했지만, 나는 노래하는 것이 가장 즐겁다. 몸이 축 늘어지고 의지가 약할 때, 차 안에서 종종 찬양 MP3나 반주음을 틀어 놓고 노래를 한다. 그럴 때면 잃었던 신앙과 의지, 열정과 사랑 같은 좋은 감정이 회복된다. 누구에겐 기도가 영혼이 소생하는 계기가 된다면, 나에겐 찬양이 그렇고, 그 개인적인 경험은 놀랍다.


성악가가 되기 위해 누구는 갈고닦고 노력한다. 그래도 천부적인 소질을 타고난 사람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도 참으로 많다. 성악을 전공하고도 자신의 실력이 만족스럽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이 성가대에 숨어 일반 회원으로 지내는 것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종종 내게 거저 주어진 목소리에 대해 놀라지만, 그렇다고 공짜로 나만을 위해서 살라고 준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대중 앞에 서는 것은 경험이 많다고 떨리지 않는 것이 아니다. 늘 떨리고 늘 긴장되고 조심스럽다. 노래에 재능을 가진 크리스천은 많은 사람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쳐야 하는 의무도 동시에 주어진 것이다. 보이지 않는 이 의무에 등한시할 경우, 신비하게도, 소리는 거두어지고 꺽꺽거린다. 그런 것을 경험한 자로서, 음반을 내어 은혜를 나누고 싶었고, 주위의 많은 재능 있는 찬양자처럼, 지금도 부단히 남 앞에 서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유튜브는 이 진로의 좀 더 넓은 세상이라고 생각된다.


일 년 전, 땅과 정원이 넓은 집으로 이사 왔다. 한국에서 보면 귀농의 일종이지만, 그렇다고 큰 땅에 집 몇 체 더 짓고 농사하며 지내는 은퇴의 일종도 아니다. 건축과 농사에 절대 문외한인 내가 이 곳에 오게 된 것은 단순히 "땅 넓은 집"을 갖고 싶었던 지난 20년의 바람 때문이다. 사람은 원하는 것을 늘 소망하고 있으면 언젠가 우연한 기회에 이루어진다는 '전설'을 이 일로 경험했다.


귀농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폐허 같던 땅이 아름다운 저택으로 변모하는 것에 놀라곤 한다. 도시에 살면서 언제 저런 기술을 터득했나 싶은데, 그 주인공들의 말은 다르다. 기술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내려와서 살다 보니 환경에 맞게 발전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큰 땅으로 이사 온 나도 그 가능성에서 전혀 예외는 아닐 것으로 믿는다. 이끼로 뒤덮인 땅을 잔디밭으로 가꾸고, 쓰러져 가는 창고를 수리해 작업실로 꾸미고, 꽃과 나무를 심고 다듬는, 이젠 일상화가 된 이 생소하던 것들을 영상에 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렇다면, 화려한 변화는 아니지만 어떤 이에게는 새로운 우리의 소소한 자연에서의 일상이 휴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미 많이 본 귀농의 프로그램 들은 나에게 그런 휴식을 역할을 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땅 넓은 집을 소망하며 가졌던 바람 하나가 또 있다. 이사 오기 전 기존 하우스 지하를 단기 렌트 용으로 사용해 왔던 것처럼, 좀 더 전문적인 Airbnb를 운영하는 것이다. 관할 시청마다 여러 가지 다른 기준으로 단기 렌트를 규제하지만, Airbnb는 상당히 긍정적인 부수입 원이다. 호스트와 게스트 모두 일정의 필터링을 통해 신뢰 있는 사람들만 대상으로 회원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하다. 나는 2016년 시작해 3년 동안 100여 팀의 게스트를 받아왔는데, 엄격한 Airbnb의 조건을 잘 충족시키며 슈퍼 호스트로 등급이 매겨져 있다.


중간중간에 놓치고 싶지 않은 재미난 에피소드가 많다. 여러 나라와 지역에서 오는 사람들의 각 양의 모습들이 사랑스러운 경우도 있지만, 아주 드물게 까다롭다거나 에어비엔비를 악용하는 사람으로 인해 곤혹스러운 경우도 있었다. 바로 이 내용들, 호스트가 되는 절차, 에피소드 등이 또 하나의 유튜브 콘텐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가능성이 열려있는 이러한 분야 중에서 생각이 많아진다. 희열과 두려움의 교차점이다. 과연 하고 싶은 이야기를 얼마나 잘 표현된 영상을 제작할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모든 것이 다 좋다고 다 할 수 있지는 않을 것 같지는 않다. 열정과 시간과 자기 연민의 싸움이 여기서도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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