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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렷 경래 Apr 24. 2022

바퀴 자국

공원을 산책 중이다. 트럭 바퀴가 평화로운 잔디 서열을 할퀴고 지나간 소행이 눈에 들어온다. 뇌파가 극도로 뻣댕기는가 싶더니, 우크라이나가 눈에 들어온다. 고사리 같은 아이가 새싹처럼 자라고, 아침이면 등굣길이 분주했던 일렬의 풀잎들. 도시는 아침의 기지개를 켜며 자동차와 사람들로 복잡해졌던 다른 서열의 키재기들. 너무 길면 론모워가 슬쩍 지나게 됨으로 모두가 평등한 구성원들로 채워졌던 단아한 사회 집단 ,  구석 이딘가엔 범죄자가 허드레 일을 꾸미고,  많은 착한 사람들이 서로가 서로를 소중히 여겼을 푸른 잔디의 바다에  줄의 상처를 깊이 파버렸다. 못생기고 가엽다.


지붕에 연기가 피어오르는 광활한 곡창의 농가엔 아침 식단이 소담스러웠다. 저마다 도서관과 학교와 산업 현장으로 달려가던 꿈의 청년들. 공원에서 골목에서 도로에서 뛰쳐나오던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바다였는데, 그러나, 이제  모든 것이 중단되었다. 누군가의 탐욕스러운 바퀴가 거대한 폭력으로  정갈한 잔디 위를 지나갔음으로.


학교가 초토화되었고, 아름다운 가족이 헤어졌고, 살던 집을 잃었고, 수많은 가족과 이웃이 죽어  이상 만날  없다. 죽은 이는 다시 돌아올  없고, 살아 고향에 돌아간다 해도 주검과 지뢰밭이다. 길가를 둘러친 사체들의 영상이 인터넷을 타고  세계에 알려졌다. 그중에  주검 옆에 자전거가 같이 누워있는 영상을   가슴이 찢어진다. 평화롭고 아름답던 직진에 누군가 아무 생각 없이 총알을  버렸다. 전쟁이니까 쐈고, 안되면 내가 혼나니까 쐈다.  쏘면 약해 보이니까 쐈고, 영웅심리 하나로 쐈고 사격 연습  쐈다. 강한 자는 생각 없이 휘두르는 발길질이 많은 생명을 죽일  있다는 사실을 모를 때가 많다. 벌이 소리를 내며 거실에 떠돌  파리채를 휘두른다.  없는 벌은 어디고   있는 권리가 있지만, 인간이 정한 소위  구역이라는데 나타나면 죽어야 했다.


덩치는 큰데 뇌는 저능하면서 기질이 거친 어른은 통제가 불가능할 때가 많다. 이미 충분히 넓은  조금  넓히기 위해  없이 많은 젊은 이들을 총질 앞에 몰아냈다. 서로 싸워 죽고 죽여도 겨우 도시 하나 차지하고 헤헤거린다. 그나마 체면 차렸다는 변명이 죽은 자의 영혼 앞에서 히죽댄다. 세계에서  제일 넓은 땅과 천연자원을 가진 자다.  이름을 들먹이는  조차 구토를 느낀다.


크리스천으로 남을 축복하지 못할 만정 저주는 하지 말아야 하는데, 망나니 같은 저주가 속도를  때가 있다. 명품 재킷을 입고 성경을 인용하며 군인들의 죽음을 정당히 하는  광기 어린 자를 그냥 놔두신다면 절대로 공의의 하나님일  없다는 기도가 입술 꼬리로 침처럼 줄줄 샌다. 세상의 통치는 보이지 않는  같아도 전능자의 영역이고, 악한 자는  정수리에 심판이 있을 것으로 아는 이것이 공의라는 믿음을 가진 자들의 믿음이다.


나토와 미국의 인내심은 성숙한 자의 모범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세계대전으로 번지지 않게 하려는,  강한 자의 참고  참음이다. 지능지수가 높은 사람들은 자기 성질을 그렇게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하나를 보지 않고 둘을 보고 셋을 계산한다. 전쟁으로 유명을 달리한 수많은 젊은 군인들과 우크라이나 민간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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