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비엔비 에피소드- 매트리스 사건
에어비앤비를 하고자 결정하는 것은 대단한 각오를 필요로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저런 경험자의 이야기는 종종 결정을 더 어렵게 하곤 하죠. 실제적인 확률은 긍정적 면에 비해 턱없이 낮지만, 투숙객의 실수로 불을 냈다느니, 집을 망가트렸다느니, 이상하고 기발한 갈등 스토리를 접할 때면 결정 자체가 의미 없어질 때도 많습니다. 그러나, 저의 경우는 좋은 면 만 보고 달려가다, 걸림돌을 하나씩 해결해 가는 재미를 즐기는 편이라 하겠습니다.
문제의 발견
세 사람의 한 달 이상을 거주하는 동안 한 사람이 초반에 떠나고 돌아오지 않은 것은 큰 일은 아니다. 문제는 그로부터 한 달이 더 지나고 두 사람마저 집으로 떠나면서 시작되었다.
사람들이 가고 나면 제일 먼저 하는 루틴은 시설 점검이다. 생면부지의 손님이 다녀갔기 때문에 혹시라도 집을 함부로 다루지나 않았나 늘 걱정이 되는 편이다.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오는 침대의 담요 및 시트를 걷으며 이상 여부를 확인한다. 창문과 모기장의 손상여부, 책상과 사이드 테이블의 소품에서부터 부엌 기자재를 살피고, 냉장고 등 가전제품을 열어보고 가동해 본다. 각 방의 벽과 옷장 등에 흠은 안 남겼는지 잊지 않고 살핀다.
꼼꼼히 보면 시간도 꽤 들지만, 6, 7년을 이런 반복스런 일을 하다 보니 이제는 슬쩍 훑어보는 것으로 대부분 점검이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고객의 의식, 교육 수준을 넘어 그 출신 나라의 국민 수준까지 감지가 된다. 두 사람이 와서 난장판인 상태로 떠나기도 하지만, 애완견 두 마리와 함께 여섯 식구가 왔어도 집안에 개털과 냄새 하나 남기지 않고, 뒷정리 깔끔히 하고 간 사람도 있다. 당연히 두 그룹에 대한 리뷰 평점은 크게 다르게 줄 수밖에 없다.
정말 놀랍고 다행인 것은, 이곳을 방문하는 여행객의 대다수를 이루는 미국, 캐나다, 유럽인의 의식 수준이 대단히 높다. 7년 동안 300여 팀의 여행자를 받으면서 겨우 5% 미만의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면 믿기 힘들 수도 있지만, 걱정하던 화재, 혹은 집을 크게 망가트리는 일은 무척이나 드문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 거기다가 소소한 피해를 입히는 경우에도 손해 배상 절차에 에어비앤비는 최선을 다해 주었다. 페이스북 그룹에 올라오는 글에서는 Airbnb가 모든 호스트에게 그렇게 따스하게만 대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몇 번의 경험상 대체로 친절하고 호스트를 우선으로 하는 것 같은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사람이 떠나고 난 뒤 북적대던 방을 일찍 점검한 아내는 걱정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침대가 얼룩이 생겼던 것이다. 손님을 위한다고 그나마 값비싸게 좋은 것으로 샀던 매트리스. 그것을 만약의 경우에 보호한다고 프로텍터로 매트리스를 감싸는데, 이 방수용 안전커버가 사라진 것이다. 왜 없어졌을까 한참 궁금했다. 그냥 두면 혹 생길 불상사를 막아주기도 하는데 말이다.
결국 액체는 밑으로 스며들어 매트리스에 얼룩이 생겨 있었던 것이다. 아니 어쩌면 이 얼룩은 프로텍터를 적셨을 액체에는 새발을 피일 수도 있다.
약간의 얼룩도 매트리스에 액체가 스며들면 그것을 또 다른 게스트를 위해 사용하기는 어렵다. 종종 매트리스를 벗겨 보는 사람들이 있고, 많이는 집을 떠날 때 시트 등 모든 것을 다 벗겨놓고 나간다. 호스트의 짐을 덜어주려는 목적과 함께, 반드시 빨아서 재사용하라는 암묵적 명령이기도 하다. 적은 누룩이 온 덩이에 퍼진다. 다 좋아도 치명적 허점 하나가 전체의 이미지를 망가트려 결국 나쁜 리뷰로 돌아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얼룩은 범위가 넓어 땜질도 어렵다. 게다가 끙끙 거리며 맡으려 시도치 않았지만, 방뇨로 인한 자국, 또는 이를 지우려고 물을 사용하여 간이 땜질을 하려던 자국으로 오해받기 안성맞춤이다. 이쯤 되면 사라진 매트리스 커버와 프로텍터는 오직 했으면 그랬을까.
고민이 되었다. 이 투숙객을 보낸 회사는 매년 1-2회 우리 집을 방문하는 고정 고객이고, 한번 오면 한 달 이상 묵기 때문에 자금적으로도 우리에겐 중요했다. 돈을 좀 지출되겠지만, 매트리스 하나 새것으로 갈면 되는 일이다. 잘못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다가 혹시나 아예 떨어질까 하는 고민이 되었다. 지대한 수입의 차질을 이 경우 감당해야 할 준비를 해야 했지만, 결론은 회사에 이 상황 설명을 하고, 추후에라도 이런 것에 조심을 시켜야 하는 호스트로서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었다. 최소한 그것은 해야 했다.
직원 연수를 보내는 회사 담당자에게 조심스럽게 메시지를 보냈다.
메시지에 대한 답은 한마디로 "cool" 했다. 사진이 있고 비디오 링크를 보내어 상황에 대한 설명이 충분했지만, 그래도 부정적 의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런데, 미안해하며 매트리스 값을 선뜻 보낸 것에 다소 놀랐고 또 고마웠다.
호스트와 게스트 및 Airbnb 사이의 자금 거래는 서로의 크레디트카드나 은행이 등록된 앱에서 안전하게 진행된다.
그리고 며칠 후, Airbnb를 통해 신청했던 금액이 도착했다. 코스코에서 퀸 사이즈 침대 매트리스를 살 수 있는 금액이었고, 온라인으로 신청한 물품은 집으로 배달이 되었다. 해피엔딩이라 얼마나 다행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