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가 죽음 차 앞에서

정작 전기가 떨어지면 기도의 자리로 나아갈 일이지

by 차렷 경래

배터리가 죽은 차 앞에서

김경래


차가 길바닥에 퍼질러 앉았다
노숙의 익숙한 기질이 틈을 탔다
밤 10시의 시침으로
파도를 넘는 멀미의 행방을 재어본다
보닛 안 생선 등뼈 같은 기계류에
값싼 내 감정의 고깃살이
딱지 붙고 있다

시력의 성능이 떨어질 때면
눈에 두 개의 쌈지를 켜고
치켜세운 속눈썹 사이로 풍문을 읽었다
거리의 갈바람으로
선풍기 날개를 돌리고
목청 안엔 두꺼운 침묵이
스칼라좌의 음악을 땔감처럼 준비해 왔다

그러나 이제
오십 년 된 솟대 나무 위로
한방 벼락에 기대서서
재충전의 사연을 읊는다
퇴고되지 않은 연기 통에
시편 1편의 입자가 배달되고 있다.


내 영혼은 전기가 떨어질 때면 충전의 근원을 찾아, 세포에 암송된 시편 1편 문구들을 작은 소리로 읊조립니다. 다윗의 새벽처럼, 다니엘의 저녁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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