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렷 경래 Dec 23. 2023

당신의 이브

Merry Christmas 온 세상 안녕!

크리스마스이브에 아이들이 온다고 분주히 준비 중이다. 이 예비된 식탁을 보자. 이미 벌어진 사랑 잔치다.


스시 먹거리를 위해 최고의 일식 분위기를 띄운다.


이민 초기 3년 동안 일식당을 경영한 노하우가 그래도 남아있다. 경영뿐인가? 주방장 요리사로서 그 오밀조밀한 맛과 음식 데코레이션 솜씨도 빛난다. Salmon과 tuna를 손질했었고, 캘리포니아롤을 정성껏 말아 손님의 입맛을 준비했다.


그렇게 하루를 일어나고 밤늦어 하루를 마감했다. 어떻게 생의 한나절을 버티나 싶었던 시절이다. 배고픈 자는, 배불러질 가능성이 큰 식당의 입간판 앞에서도 허기진 모퉁이가 늘 공존했다.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에 해답을 얻지 못했고, 얻을 엄두도 못 냈다. 심지어. 얻을 가치조차 없을 만큼 음산한 시절이다.


화려한 잔칫상 뒤편의 수고와 억눌림이 삶의 공식으로 똬리를 틀고 있었다. 그때 나는 작은 종이 박스 하나 집어 올리다가 허리를 다쳤다. 종이 쪽 같은 인간의 허리다. 그나마 제자리에 붙어 신체의 일부로 남아있으면 다행이다. 구부리면 펼 자가 없을 때 문제다. 실로 그랬다. 탈 난 허리를 가누지 못해 화가 치밀어 올랐다 허공에 매달려 지 몸 하나 가누지 못할 때 이민의 종착역은 여긴가 보가 했다.


자수성가 방식에 길들여진 허리다. 운동한다고 그 주관적 노력에 나아주는 허리가 아니다. 꼭 한 달을 기어야 그때서야 만족해 적당히 나아주는 허리다. 몇 발자국 가자고, 온갖 신경을 집증해야 할 때, 과연 나의 신체에 회의가 왔었다. 그땐  당신의 크리스마스는 공허하다.


그래도 나아져야 입에 풀칠이라도 할세라, 치료를 빌미 삼아 공원에 나가 걸었다. 첫 발이 두 번째 발로 이어지기가 힘들었지만, 세 번째 발을 어렵사리 디딜 때, 그놈의 희망은 그 와중에도 빛나 괜찮았다. 지팡이를 짚고 걷는, 어느 늙은 노인 같은 나의 40대가 그렇게 사진 속에 남겨졌었다.


되돌아가고 싶어 하는 과거는 별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워하는 것은, 따지고 보면 그 시절의 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운 것은 따로 있어, 친구 같은 제삼자다. 그리운 것은, 눈 내리는 명동 거리고, 내 곁을 지켜주던 젊고 아름다운 여인이다. 과거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 한다는 생각이 착각임을, 그리움이 복받치는 매 순간 상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어제 보다는 오늘이 낫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알을 향해 지속적으로 나갈 수 있는 것이다. 꼭 꿈을 꾸지 않는다 해도, 앞으로 나아가려는 동물적 본능은 우리에게 우월의 법칙이다. 뒤돌아 볼수록 머뭇거리게 되고, 머뭇거릴수록 뒤처지게 되는 이유는 너무도 당연하다.


크리스마스이브가 되면 눈이 올 거다. 그날에는 아이들이 올 거다. 우리는 함께 식사를 하고, 일 년 동안의 감사를 나눌 것이다. 이만큼 좋아지고 이만큼 풍성해진 오늘을 노래할 것이다. 꿈이 있다면, 현실 앞에서 더 이상 꿈을 꾸지 않으려 하지 말자는 것이다. 크리스마스이브에는 그런 꿈을 꾸며 꿈을 나눌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연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