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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렷 경래 Mar 04. 2024

내가 이루지 않은 것에 대한 고백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그것은 새로운 기도의 시간이 다가오는 것 뿐이다

"그들이 자기 칼로 땅을 얻어 차지함이 아니요, 그들의 팔이 그들을 구원함도 아니라. 오직 주의 오른손과 주의 팔과 주의 얼굴의 빛으로 하셨으니 주께서 그들을 기뻐하신 까닭이나이다." - 시 44:3 -


주일 아침에 잠에서 깨어 말씀을 묵상한다. 지난밤에 조금은 악몽 같은 부대낌에 우울한 감정이 있었다. 작은 괴로움이 가끔은 생각의 통로를 거치는 과정에서 엉뚱한 결론을 도출해 내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과의 불편한 관계가 생기면, 아예 그 사람을 피하려고 모임을 빠지고 단체를 떠나기도 한다.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사실보다 싫은 사람 1% 때문에 전체를 버릴 수 있는 우둔한 용기란 무엇일까? 이성과 감성이 달리 놀 수밖에 없는 약함의 존재가 인간이라는 동물이다. 개와 고양이만 동물이 아니다. 원초적인 욕망에 의해 지배당하는 본능이 인간을 지배하고 있다. 교육과 철학과 훈련과 종교가 이를 바로잡아 가거나 다스릴 수 있는 능력을 갖게 할 뿐이다. 혹은 무한한 전능자로부터 오는 기적 같은 것이 현실에는 엄연히 존재한다. 


다윗은, 그를 죽이려는 아들 압살롬으로부터 쫓기고 있을 때, 피신처에서 처량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이 무슨 꼴로 아들에게 죽임을 당할 위치에 처하게 되었을까 하는 신세 한탄이 절로 나왔다. 그러나, 그를 오늘날의 우리가 위대하다 하는 이유는 한탄과 원망이 기도로 승화되었다는 이유 때문이다. 기도는, 이미 오래전부터 전해 들은 기적의 순간들을 되뇌며, 하나님의 권능이 얼마나 크신가를 상기시킨다. 하나님은 그런 하나님이시다. 그러므로, 나의 순간적인 어려움과 공포로부터 구원해 주실 수 있다는 확신으로 기도가 마무리되는 것이다. 


"주께서 주의 손으로 뭇 백성을 내쫓으시고"

"오직 오른손과 주의 팔과 주의 얼굴의 빛으로 하셨으니.."


이런 하나님의 능력을 기도 중에 다시 한번 고백할 때, 결국 자신 안의 확신으로 강하게 거듭나는 것으로 볼 수 있게 된다. 


"우리가 주를 의지하여 대적을 누르고..."

"우리를 치러 일어나는 자를 주의 이름으로 밟으리이다."

"나는 내 활을 의지하지 아니할 것이라. 내 칼이 나를 구원하지 못하리이다."

"오직 주께서 우리를 우리 원스들에게서 구원하시고..."

"우리를 미워하는 자로 수치를 당하게 하셨나이다."


두려움과 공포로 시작된 다윗의 기도는 그를 전혀 다른 사람으로 일어나게 했다. 


"우리가 종일 하나님을 자랑하였나이다..."


놀라운 변화다. 두려운 생각과 걱정거리로 하루 종일을 소요하지 않고, 하나님을 자랑하는 것으로 채웠다는 것은 실로 기적과 같은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도하는 것이다. 기도는 머리나 생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체험과 간절함이다. 기도의 자리에 나아가 30분, 1시간, 2시간.... 철야 등, 시간에 상관없이 하나님과 교제해 본 사람만이 갖는 체험의 신앙이 기도다. 다윗이 변화되었듯, 누구든 기도하는 사람이라면 전혀 다른 자신으로 거듭날 수 있게 된다. 



사실 기도하는 사람에겐 이런 변화와 기적은 흔하다. 그런데 문제는, 기도하지 않는데 이런 종류의 기적을 체험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공기와 태양 같은 일반적인 은총이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내려지듯이, 얼마간의 기적은 기도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주어지는 은혜다. 


지나온 시간을 생각해 보면 이 간단한 사실이 진실임을 알게 된다. 아내를 만나고, 아이들이 태어나고, 그들을 사랑하면서 커가는 모습을 보게 된 것은 자신이 잘났거나 잘해서 된 것이 아니다. 거저 주어진 것이다. 너무도 자주 이들이 나에게 주어진 것이 과분하고 영광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민을 내가 선택하여 온 것 같은데, 어느 순간 나도 모르는 사이 오게 된 것이다. 성취한 것이 아니라 주어진 것이다.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 걱정과 근심으로 이민 초기를 보냈을 때는 되는 일이 없었고, 도리어 사기나 당하였는데, 다 내려놓고 포기할 때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좋은 일들을 시작하게 되어 오늘의 든든한 자리에 서게 하셨다. 높은 산이 있다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꼭대기쯤이 보이는 자리에 올라와 있는 것이 신기한 상태가 바로 현실이다. 


여전히 사람을 만나고 그들을 통해 내가 새롭게 다져져 가는 것이 있다. 어느 정도 인간이 되었나 싶었는데, 여전히 바닥 같은 존재라는 사실을 느낄 때가 많다. 어제가 바로 그런 날이다. 


주차장에서 관리인의 불친절을 빌미로 목소리 크게 싸우고 찜찜한 하루를 시작하는데, 옆자리에 앉은 아내와도 작은 일로 말다툼이 생겨 작은 불씨가 커져 갔다. 당연히 운전은 난폭해지고 언어가 거칠어지는 스스로를 제어하는데 애를 먹었다. 그래도 "제어"라는 단어로 나의 상태를 절제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스스로의 자각이 동시에 일어났던 것은 내게 있어서 성숙이 분명하다. 


그런 이유로, 두려움 앞에서 기도하는 것 밖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음을 고백한다. 또,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그것은 새로운 기도의 시간이 다가오는 것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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