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시집 농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렷 경래 Mar 19. 2024

미끈한 저녁

미끈한 저녁 

                                                         김경래



밤참을 서둘러 먹고

드러누워 잠을 청합니다

아무도 관여하지 않는 고독은

밤마다 길동무라 거들어 줍니다

친구가 나긋나긋한 손짓을 했고

어깨를 빌려주었답니다

시청하다 만 드라마 한 편은

벽걸이 티브이에 마냥 걸린 채로 있습니다

뭐든 미완성은 많은 것에 의미를 부여해선지

희망이 형광물질처럼 따라붙으니까요


책상머리에 앉아 쓴답시고 쓴 시를

테라스에 던져버리고

멀미 나는 침상에서 내내 되새김합니다

버리고 나서 가치를 알아가는 우리

당신과 나의 이 미끈한 저녁은 무엇일까요

당신과 나의 이 미끈한 저녁은 안녕입니다

질서를 줄 세운 끈적한 내일을

서둘러 잠재우다 싶다가도

골동품 같은 고독

쉰의 마지막 때를 품절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댓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