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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렷 경래 Dec 12.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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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은? 사람이 사람을 바라보는 짧은 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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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래



사람 사이 틈을 훔치다가

우주 만 한 여백에 도장을 찍었어요

글자로 된 침묵을 말하려 했지만

그것조차 낙서에 지나지 않아선지

휴지통의 종이로 남았네요

제대로 된 문자로 질문을 그려놓고

이 사람이 던진 저 사람을

키보드 사이사이 이해관계에

바탕체의 품격으로 올려놓았어요

문장 뒤 복사체 인간으로부터

전자우편에 관한 답변은 보류합니다

무딘 펜대로는 엄두 내지 못한

외로움의 습관을

디지털 해법이란 애매함으로

불편하고 시린 코끝에 절제하려고요

턱을 괜 손주먹 높이로

갈등의 틈새가 드나듭니다

눈높이가 다른 머릿고정으로

적당한 거리와, 알맞은 믿음으로

사람 사이 공식을 완성합니다

잣대를 벗어난 모조 편지는

스크린에 잡아두고

버튼이 없어서 누르지 못한

우리라는 전송을

자주 흘리려 합니다.





해설 - 글자로 만나는 디지털 우리


해법이 없이 자꾸 번져가는 것은 몸속의 독과 사람 사이 편견입니다. 가리려 하지도 않았지만, 깊은 어둠에서 빼꼼히 정체를 드러내는 것이 있는데, 본능의 동물적 감각입니다. 종이 편지가 대낮이라면, 디지털 메일은 어스름한 밤입니다. 저녁이 되면 절제하지 않은 유혹에 늘 잔류합니다. 명확한 글자를 활용한, 흘림체 보다 정자를 선호하듯이, 댓글 공간에 제법 신사적인 바탕체를 써야 할 것 같습니다. 반듯한 당신이 아름답습니다. 무너트리기보다는 세우는 당신이 멋있습니다. 글자로 마음이 표현되기까지 뇌와 마음과 심장에 그 영향력이 통과하죠. 이왕이면 나를 사랑하고, 나를 통과하는 좋은 잔류를 공식으로 내어놓습니다. '우리'라는 전송을 자주 흘려보내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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