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메마른 깡나무 같을 때 살구는 왔습니다 온통 집을 헤집고 다니면서 사랑을 뿌리는지 메마른 이파리에 불똥이 자꾸 떨어져 사랑, 그 산불이 집 안을 태웠습니다 각질이 꺼끌꺼끌하던 건조 증상이 불꽃이 튀어 끓는 수증기를 먹었습니다.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언젠가 잃을 것을 두려워해야 했던 그 14년은 살구가 우리를 먼저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살구를 보내야 합니다 가슴에 있는 이 핏덩이를 파내야 합니다 살구에게 기적을 보여 달라는 기도를 당신은 들어주지 않으셨습니다 살구의 병을 차라리 내게 옮겨달라는 뼈 아픈 호소를 외면하셨습니다 거절 중에 피어나는 꽃이 신앙인인 것을 알면서 미련과 아쉬움으로 제 속이 꿈틀거립니다 내 살 보다 더 사랑스러운 살구를 이제 보내야 합니까
시간을 되돌려 살구를 만날 수 있다면 차 안에 기다리다 멀리서 다가오는 아빠를 보고
고개를 바짝 쳐들며 반가워하는 살구를 다시 볼 수 있다면 산책하며 길가의 수캐 오줌 냄새에 끙끙거리는 살구를 볼 수 있다면 이젠 일어나라고 아빠의 얼굴에 먼저 뽀뽀하는 살구의 아침을 만날 수 있다면 코 골며 자는 살구의 밤을 만날 수 있다면 하나님 저는 살구를 데려간 그 병을 제가 앓겠습니다
보고 싶어 제 눈이 우물이 됩니다 신음으로 뼈가 녹는 아픔이 매일매일의 일과입니다 살구를 보내야 합니까 우리 가슴의 사랑, 그 불덩이를 이제 정말 내려놓아야 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