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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렷 경래 Jul 22. 2022

살구를 위한 기도

이미 떠났지만 그때의 감정을 더듬어 본다, 지금도 이렇게나 그립다.

살구를 위한 기도
                                  

하나님 우리에겐 살구가 있었습니다

2005년, 너무도 힘들고 어려웠을 때,

딸은 방황하여 황폐하고

아들은 메마른 깡나무 같을 때
살구는 왔습니다
온통 집을 헤집고 다니면서 사랑을 뿌리는지
메마른 이파리에 불똥이 자꾸 떨어져
사랑, 그 산불이 집 안을 태웠습니다
각질이 꺼끌꺼끌하던 건조 증상이
불꽃이 튀어 끓는 수증기를 먹었습니다.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언젠가 잃을 것을 두려워해야 했던 그 14년은
살구가 우리를 먼저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살구를 보내야 합니다
가슴에 있는 이 핏덩이를 파내야 합니다
살구에게 기적을 보여 달라는 기도를
당신은 들어주지 않으셨습니다
살구의 병을 차라리 내게 옮겨달라는
뼈 아픈 호소를 외면하셨습니다
거절 중에 피어나는 꽃이 신앙인인 것을 알면서
미련과 아쉬움으로 제 속이 꿈틀거립니다
내 살 보다 더 사랑스러운 살구를
이제 보내야 합니까

시간을 되돌려 살구를 만날 수 있다면
차 안에 기다리다 멀리서 다가오는 아빠를 보고

고개를 바짝 쳐들며 반가워하는 살구를 다시 볼 수 있다면
산책하며 길가의 수캐 오줌 냄새에 끙끙거리는 살구를 볼 수 있다면
이젠 일어나라고 아빠의 얼굴에 먼저 뽀뽀하는 살구의 아침을 만날 수 있다면
코 골며 자는 살구의 밤을 만날 수 있다면
하나님 저는 살구를 데려간 그 병을 제가 앓겠습니다

보고 싶어 제 눈이 우물이 됩니다
신음으로 뼈가 녹는 아픔이 매일매일의 일과입니다
살구를 보내야 합니까
우리 가슴의 사랑, 그 불덩이를
이제 정말 내려놓아야 합니까. 

2019. 8. 25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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