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

목까지 치솟는 울화통을 같이 묻어라, 장 담글 때

by 차렷 경래

장맛

김경래


장 담글 때
목까지 치솟는 울화통을 같이 묻어라
짠맛 단맛 버무릴 때
손가락의 골무 자국을 벗기고
땟국물 내리는 눈물로 우선 씻겨 내려라
골 진 이마주름줄기의 땀도
버무려진 장이 진국이 될 때
흘러내리는 우수의 맛을 머금게 하리라

한 수저 두 수저 급조된 인스턴트 맛을
장독대 깊은 항아리 뱃단지 안에서 찾지 말아라
후미각이 얄팍하게 길든 어제오늘의 사랑마저도
진득이 썩일 줄 알아야 하겠거늘
제발이지 독 안에 몸이라도 한번 담가라

장을 담글 때.



“항아리, 단지, 장, 장아찌, 김치, 간장, 된장.” 그런 것들이 참 좋다. 아침에 깨어나면 뒷마당에 대청 닦는 걸레의 미세한 스침 소리, 마당 쓰는 빗자루의 사각사각 소리, 소가 여물 먹는 움칠 움칠 소음에 가슴이 따뜻해진다. 밤이 되면 뒷간을 찾는 냉한 불빛엔 야생의 짐승 소리가 나방처럼 달라붙는다. 숟가락, 양푼, 냄비, 젓가락, 밥풀. 참샘이 자극되는 수단들 조차 맛의 주류에 보조 수단이다.

고향은 그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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