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없는 주말 낮에는
나를 존재하게 해준 존재
파랗고 깨끗한 하늘, 쾌적한 공기.
창문을 열고 잠시 동안 넋 놓고 바깥을 바라본다.
시선은 하늘에 있으나, 내 정신은 온통 내 안의 마음의 소리에 집중되어 있다.
'뭐해, 안 나가고.'
'이 좋은 날에 어디든 가. 친구랑 가든 혼자 가든.'
하지만 나는 무턱대고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올 때 더 크게 느껴지는 마음의 황량함과 공허함을 알기에
선뜻 나갈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말로 다 표현 못하는 이때의 감정.
'소중한 주말을 알차게 보내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아니야, 집에서 별 거 안 하고 가만히 있는 것도 나름 괜찮게 시간을 보내는 거야.'
끊임없이 마음속에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된다.
의식이 받아들인 결정은 이들의 의견과 사뭇 달랐다.
"좋아하는 걸 하면 어때?끄적끄적 거리는 게 어떨까?"
"내 생각엔, 지금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을 것 같아. 그들에게 무언가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
'나도 당신과 똑같이 지내고 있습니다.'
'당신만 그러고 있는 게 아니에요.'
'이런들, 저런들 어떻게 시간을 보내든 뭐 어때요'
'고마워요,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해줘서. 당신의 존재만으로 나는 위로가 됩니다. 고마워요.'
나는 잠시 이 순간, '사람'으로 태어나 생각을 하고, 생각을 글로 적고 있는 내가 사랑스러웠다.
또한 이런 나를 이 세상에 존재하게 해 준 그 어떤 존재에 대해 감사함을 느꼈다.
어쩌면, 약속이 없었기에 생각해낼 수 있었던,
어쩌면 아주 가치 있는 생각의 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