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도 없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취업 준비를 하다 보면 평생 이렇게 백수로 살면 어쩌나 싶은 불안감이 찾아올 때가 있다.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십 년 뒤에도 이렇게 직장도 없이 무능하게 살고 있으면 어쩌지. 비참하고 불행한 미래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찾아온다. 그러다 보면 숨이 턱턱 막히는 것 같고 결국 얼마 없던 집중력마저 흐트러진다. 가만히 잘 쉬고 있던 스마트폰을 깨워서 손에 집어 들어야 불안이 스멀스멀 꼬리를 내리는 것 같다. 그렇게 해서 불안을 피해봤자 또다시 찾아올 게 분명한데도 말이다.
하지만 오늘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지, 이건 그냥 취업을 못한 나일 뿐이야. 지금 일이 없는 건 내가 무능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지금 일이 없는 시기를 맞이했을 뿐이라고. 갑자기 이런 생각이 툭 튀어나온 게 낯설었다. 나를 힘들게 하는 생각들을 하다 보면 결국 자기 비하로 이어지곤 했는데 문득 그런 흐름이 탁 끊겨버렸다.
근데 뭐 이럴 때도 있어야 나이 많은 취준생이 좀 숨 쉴 수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어쩌면 당연한 걸 그렇게까지 받아들이냐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지만, 직장에서 일했던 시간들이 점점 옅어지고 사회구성원으로서 스스로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들이 많아지다 보면 당연한 사실들이 당연하지 않은 것처럼 여겨질 때가 잦아지는 것 같다.
어쨌든 지금의 내가 무능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내일의 나는 내가 모르던 분야에서 유능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나이만 많고 직장도 없는 내가 있다면, 자신의 일에 열정을 가지고 연륜이 있는 나도 있을 것이다. 영어가 어렵고 하기 싫은 내가 있다면, 유창하게 원어민처럼 영어를 하는 나 또한 분명 있을 것이다. 허약한 내가 있으면, 분명 건강한 나도 있다.
이렇게나 힘들고 괴로운 내가 있다면, 또 어느 날은 기쁘고 행복한 내가 있을 것이다. 어느 날은 외로운 내가 있을 수 있고, 또 다른 날은 마냥 즐거운 내가 있겠지. 지금의 고통을 영원한 것으로 여기지 말자. 순간의 괴로움을 영원한 시간처럼 받아들이지 말자. 이제 힘들다고 느껴질수록 더 그렇게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지금 이 순간이 영원한 게 아니야, 알겠지? 하면서 말이다.
영원한 건 없기에 이 불행 또한 영원하지 않으리라. 그렇게 따지면 영원히 행복한 나도 없겠지만, 대신 조금 더 자주 행복한 나는 있을 것이라고 믿기로 했다. 또다시 괴로운 시간의 나를 만나게 될 날이 오겠지만, 분명 그때의 나는 그러한 괴로움을 일시적인 것으로 받아들일 힘이 지금보다 더 많이 생겨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