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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ishna Apr 18. 2020

그냥 끄적_02

어떻게 살아남아야 되나.

얼마 전, 이제 고등학교 3학년에 올라가는 아이와 담소를 즐겼다. 실제로 나는 아이들과의 담소를 꽤나 즐기는 편이다. 그래야 아이들을 더 잘 파악할 수 있으니까. 뭐, 종종 수업 안 하고 담소만 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그 아이는 중학교 때 많은 선행학습을 한 아이였다. 본인의 표현에 따르면, 그 당시에도 그냥 따라가느라 바빴지 무슨 말 하는지 몰랐다고. 그리고 지금 고등학교 3학년이 된 시점에서 하는 말이,


선행학습 안 하는 것이 더 나을 뻔 했다


였다. 그외에도 주변에 공부 잘 했던 아이들의 이야기를 종종 듣곤 하는데, 다 고등학교 2학년이 끝날 무렵에 전반적인 성적하락 현상이 두드러졌다. 사실 이 시기가 되면, 선행학습도 모두 끝나게 되어, 더 이상 선행학습을 할 거리가 남아있지 않다. 혹여 대학교 수학을 선행학습하게 되면 모를까.


그럼 선행학습을 한 아이나, 하지 않은 아이나 수학적인 지식에 대해서는 모두 같은 선상에 서게 되는데, 어떻게 보면 선행학습을 하지 않은 아이들에 대해 더 이상의 비교우위는 존재하지 않게 되는 시기가 되는 거다. 그런 상황이 되었을 때, 이 아이들은 무엇으로 버텨야 할까.


사실 선행학습을 하지 않은 아이가 고등학교 2학년 말까지 버틸 수 있다는 것은, 수학적인 재능이 있다는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수학적인 재능이 뭔가 대단한 걸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모르는 것을 순수하게 궁금해 하는 습관 정도라고 보면 좋겠다. 그런 바탕이 충실한 아이들과 경쟁할 때, 선행학습으로 만들어진 아이들은 무엇을 무기로 내세워야 하는가.


그런 아이들이 내게 돌아오면, 나는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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