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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ishna Jun 22. 2020

수학사색_07

07. 선생님이 문제를 풀면서 고민하는 모습.

수학을 공부하는 많은 학생들이 착각하는 것이 하나 있다.


선생님은 모든 문제를 풀 수 있을거야


라고 말이다. 물론 그러한 착각을 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선생님들이 수학문제를 풀어줄 때,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겠지만.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선생님은 부모보다도 더 큰 권위를 갖기 때문에, 아이들은 선생님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실제로 그런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실수를 하지 않는다면, 대부분의 경우 모르는 문제를 만나기 어렵지 않을까. 그래서 초등학교에서는 저러한 믿음이 거의 사실이다.


그러나 중학교만 되어도, 고난이도 문제들은 선생님들조차 고민하게 만든다. 실제로 나는 중학교 2학년에 나오는 도형문제들을 매우 싫어하는데, 그 이유는 처음에 길을 잘못 잡으면 문제를 하나 푸는데 이삼일이 걸려도 해결이 안 되는 경우가 있어서다. 그러나 수학선생님들은 수업하기 전에 미리 문제를 풀어보고 이 문제를 어떻게 설명할지 준비를 해오기 때문에 마치 모르는 것이 없는 것처럼 보여질 뿐이다.


문제가 되는 건 바로 이 부분이다. 수학을 공부할 때 선생님이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 수학공부의 본질은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그 해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 얼마나 고민하는가에 달려있다. 그런데 보통 학생들은 막힘없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선생님들의 풀이를 보면서 경외감을 갖으며, 수학을 공부하다보면 언젠가는 나도 저렇게 막힘없이 풀 수 있을 거다 라는 잘못된 목표를 세운다.


아이들에게 문제를 푸는 모범답안 하나만을 보여주면, 성실히 공부하는 아이들은 그 방법 하나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물론 그것은 성실함이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수학을 공부한다는 측면에서는 올바른 방법은 아니다. 그리고 이 부분은 수학에 대해서 잘 모르는 아이들이 생각하기 어려운 부분이므로, 가르치는 사람이 수학공부가 그런 식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그래서 수학을 가르치는 사람은 수학을 가르칠 때 휘황찬란한 문제풀이를 잘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얼마나 고민했는지를 꼭 보여줘야만 한다. 나의 경우, 아이들이 어려운 고등학교 수학 문제를 물어보면, 그 문제를 풀기 위해 내가 소모한 연습장을 같이 보여준다. 보통 10장이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면서 내가 시도해 보고 실패한 방법들, 실패하면서 내가 깨달은 부분들도 같이 얘기해 준다. 그래서 이렇게 풀 수 밖에 없었다고 얘기해 주는 것은 아이들에게 수학에서의 문제풀이가 왜 그런 식으로 기술될 수 밖에 없었는지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가르치는 사람이 꼭 완벽하게 풀이를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아이들이 자기 길을 잘 찾아가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면야,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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