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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ishna Jul 20. 2020

그냥 끄적_05

수에 대한 사색

시공 디스커버리 전서 <83. 수의 세계> 라는 책의 맨 처음 서문에 이와 같이 쓰여 있었다.


인간이 양을 수로 전화하기까지는 수천 년이 걸렸다. 우리에게는 매우 자명해 보이는 수라는 관념은 오랜 기간 사유를 추상화한 결과 얻어진 것이다. 어떻게 "수를 셀 것인가?" 그것은 각각의 대상에서 동질성을 제외하고는 아무 것도 보지 않음으로써 가능하다. 사물의 존재 그 자체에만 의미를 부여하고 각각의 고유한 차이는 완전히 무시함으로써 가능한 것이다.


위 문장이 정확하게 기억이 안 나서 문장을 발췌하느라고 시공 디스커버리 전서 100권 세트를 리디북스에서 구입했다. 집에도 종이책으로 있는데도 굳이...


어쨌든 저 문장을 처음 읽었을 때, 우리가 수를 센다는 것이 너무 일상적으로 일어나서 잘 인지를 못 하고 있긴 하지만, 현실을 수라고 하는 추상과 연결시킨다는 것은 사실 매우 고차원적인 활동이다. 내가 이해한 바를 굳이 표현하자면,


다섯마리의 강아지들은 모두 다른 강아지들인데, 강아지를 세라고 하면 그 고유의 개성을 모두 무시한 채 그냥 강아지라고 하는 존재 자체만을 하나로 보는 것.
또 강아지 10마리와 고양이 7마리가 있을 때 동물을 세라고 하면, 강아지와 고양이라는 차이는 배제하고 동물이라는 유사성만을 갖고 17마리라고 해야 하는 것처럼. 


우리는 이미 숨쉬듯 자연스럽게 수를 다루고 그것으로 복잡한 계산까지 하는 경지에 이르렀기 때문에, 수를 처음에 익히는 초등학생들이 어떠한 어려움을 겪는지를 상상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초등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면서 왜 이런 것도 모를까 라고 생각하며, 속으로 답답해 죽으려고 하는 것이겠지.


아마 사실 우리도 겪었을 거다. 너무 어렸을 때의 일이라 잊혀졌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또 한가지의 가능성은 수의 연산을 먼저 숙달해 버리면서 그 과정을 건너뛰었지만, 이후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수와 현실이 이어져 버리는 경우. 왜냐하면 요즘 세상에 수를 체득하지 못 하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니까. 이런 건 선조님들에 비해서 우리가 이득을 보는 것 같기는 하다.


요새 애들은 생존하기 위해서 익혀야할 지식이 이렇게 많아졌으니 얼마나 힘들까. 라는 생각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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