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rishna Aug 08. 2020

현 시점에서의 네모돌이

육아수학교육 에세이, 네모돌이 02편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네모돌이는 초등학교 5학년이고, 네모돌이의 수학교육은 실패에 가깝다는 것을 먼저 얘기하고 싶다. 그 원인을 먼저 분석해 보자면,


일단 네모돌이의 두뇌계발의 속도가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안타깝게도 매우 느리다. 이걸 어떻게 파악했냐면, 얼마전까지만 해도 네모돌이는 영화를 볼 때, 스토리의 인과관계를 파악하지 못 했다. 마블의 히어로 영화 같이 그렇게 내용이 어렵지 않은 걸 봐도 왜 저 캐릭터가 저런 반응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 했다. 하지만 최근엔 한국의 막장 드라마를 같이 보면서 드라마 스토리를 따라가는 걸 보니, 이 부분은 나아지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수학에 대한 자신감이 너무 없어서 자신이 모르는 것에 대해, 난 머리가 나쁘니까 라고 말하며 금방 포기한다. 이건 내가 교육의 시기를 놓쳤을 수도 있었던 것 같다. 힘들더라도 계산연습을 꾸준하게 시켜왔으면 혹시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있다.


그리고 우리 네모돌이는 언어적인 측면에서 정보를 제대로 캐치해 내지 못 한다. 이게 어떤 의미냐 하면, 네모돌이는 말하는 것을 매우 좋아하는데, 친구와 있던 거의 모든 대화를 재현할 때, 직접화법으로 연극처럼 재현한다. 예를 들어 보통 아이들이라면,


오늘 숙제 안 해온 사람이 많아서 선생님이 화가 나셨거든. 그래서 숙제 안 해온 사람은 남아서 공부한다고 하셨어.


라고 얘기할 말을, 우리 네모돌이는,


선생님이, "누구 누구, 오늘도 숙제를 안 해왔어? 이녀석들 매일 숙제를 안 해오는 것 같은데? 오늘은 안 되겠어. 오늘 숙제 안 해온 사람은 남아서 공부를 하고 가." 라고 하셨어.


이런 식으로 선생님의 목소리를 흉내내 가면서 말을 한다는 의미이다.


이런 식으로 표현하게 되는 것에서 알 수 있는 점은, 인간관계에서의 상황의 내용을 요약하지 못 한다는 의미이다. 그러한 상황을 요약하지 못 한다는 것은, 상대가 결국 어떤 감정상태인지 느끼기는 해도, 구체적으로 그것이 어떤 상태인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또한, 유튜버들이 말하는 자극적인 단어들이나 표현들을 일상적이라고 착각하면서, 어른들에게 잘못 쓰는 경우가 많았다. 덕분에 꽤나 혼나면서도 잘 안 고쳐진다.


그리고, 자신이 갖고 싶어하는 것에 대한 욕망이 너무 커서 절제를 하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 이 부분은 원래 그런 것인지, 아니면 이모님께서 네모돌이가 하고 싶어하는 것을 다 해주려고 하셔서 그런지 원인을 특정할 수 없다. 아마 두가지 모두 다 원인일 것 같기는 하는데, 유튜브를 보다보면 갖고 싶은 것이 하루에도 몇가지씩 생겨서 "뭐 사주면 안 돼?" 라는 말을 자주 한다. 좀 과할 정도로. 한번 "그래" 라고 하면, 정말 집요할 정도로 사달라고 괴롭혀서 가족 모두가 사준다는 말을 함부로 하지 않는다.


가장 큰 문제점은, 엄마와의 관계이다. 나와는 달리 내 와이프는 굉장히 올바른 사람이다. 자신이 옳다는 기준을 벗어나는 것을 매우 싫어하는데, 네모돌이는 내 와이프의 기준에 따르면 잘못된 행동을 엄청 많이 한다. 내 헐렁한 기준을 봐도 잘못된 행동을 많이 하는데, 내 와이프 기준이라면 오죽할까. 이런 행동들 때문에 내 와이프가 참다참다 폭발하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이것이 하나의 습관처럼, 감정의 흐름이 정해져 가고 있다.


이것은 내 와이프와 네모돌이 사이에서도 감정적인 충돌이 일어나는 시스템을 만들어 냈고, 솔직히 말해서 나 조차도 네모돌이와 같이 하는 시간이 힘들어지고 있었다. 교육심리학 책에서 동조적 뇌 라는 개념을 본 적이 있는데, 대충 요약하자면, 아이의 뇌가 방어적이고 짜증을 내는 상태가 되면, 부모의 뇌도 자연스럽게 같은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나도 네모돌이가 다가오면, 내 스스로 방어적이 되고, 네모돌이의 짜증섞인 말을 들으면 나 스스로도 네모돌이에게 말하는 것이 곱지 못 하는 것을 느낀다. 다행히도 나는 그 간극을 느끼기 때문에 내 행동을 선택할 수 있지만, 내 와이프는 그렇지 못 하다.


그렇다. 점박이와 달리, 네모돌이는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교육철학을 근본부터 부정하는 존재였다...

이전 15화 네모돌이 비긴즈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