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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ishna Jul 27. 2020

그냥 끄적_06

전교 1등 누구! 일류대학 합격!

거리를 왔다갔다 하다보면, 다른 학원들의 광고들을 볼 때가 있다.


무슨 무슨 일류대학 합격


이라던가,


전 원생 90점대!


이라던가,


무슨 학교 전교 1등 누구!


이라던가 말이다.


예전엔 이런 광고글들을 볼 때마다, 나는 자괴감에 빠졌던 적이 있다.


왜냐하면 나는 시험 시즌이 하나 지나갈 때마다, 모든 아이들이 좋은 결과를 얻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아니, 한번도 없었던가? 어떤 경우에는 처참할 정도로 아이들의 결과물이 안 좋은 적도 있었고, 어떤 경우에는 잘할 것이라 기대했던 애들이 망해왔던 적도 많다.


그래서 차마 내가 가르친 아이들이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말할 수 없었고, 그래서 저런 광고를 내기도 부끄러웠다. 물론 좋은 결과를 내지 못 했던 것은 아니다. 어떤 아이는 내 조언 덕에 주변 사람 모두가 놀랄 정도로 좋은 대학에 갔던 적도 있었고, 어떤 아이는 내가 가르치고 나서 바로 수학시험을 백점 맞은 아이도 있었다.


가끔 농담처럼 아이들에게


네가 좋은 대학 가면 현수막 걸어줄게


라고 말하긴 하는데, 실제로 좋은 대학 갔어도 현수막 걸어준 적은 한번도 없었고, 광고에 쓴 적도 한번도 없었다. 오히려 전교 1등을 하던 아이가 내 학생이었어도 그 사실을 한참 나중에 알았던 적도 있었고, 그 사실을 알게 되었더라도 그냥 평범하게 대했다. 내가 애들 성적에 관심이 없긴 좀 없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좋은 성적이라고 하는 것이 내가 수학을 잘 가르쳐서만 된 것이 아니라서이다. 전교 1등 하려면 수학만 잘 해서 되는 건 아니지 않은가. 다른 과목도 다 열심히 해야 되는 건데, 그건 내가 수학을 잘 가르친 것과는 전혀 상관 없는 일이니까, 내가 하지도 않은 걸로 어떻게 낯부끄럽게 광고를 하나 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뭐, 수학 전교 1등을 해왔던 아이가 있었어도 광고 안 하긴 했지만.


다른 이유는, 성적이 좋다는 것이 모든 것의 우선순위가 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좋은 성적이나 좋은 입시결과를 광고에 사용한다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그런 관점을 공유할 것이다. 그건 공부를 잘 하는 아이에게는 떨어지지 말아야 한다는 두려움을 줄 것이고, 못 하는 아이에게는 질시와 좌절감을 줄 것이다.


물론 소수의 누군가는 더 박차를 가하면서 공부를 더 열심히 하게 만들 수는 있겠지만, 대다수의 아이들의 교육에서는 부정적인 결과를 줄 수 밖에 없다. 교육이라는 것은 소수의 엘리트를 골라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 하나하나에게 다양한 가능성을 심어줘야 한다는 측면에서 보았을 때, 공부 잘 하는 것이 무조건적인 선이라는 관점은 부작용이 너무 크다.


나는 학원이나 학교에서 저런 식으로


우리한테 오면 성적 졸라 좋아짐


이라는 광고를 좀 지양했으면 좋겠다. 아니 뭐, 내가 결코 많이 쫄려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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