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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ishna Aug 12. 2020

수학사색_11

11. 용도에 맞는 교재를 선택하는 방법

앞의 글에서 나는 어떤 수학교재가 좋은가 라는 물음을 던졌고, 어차피 수학교재의 80% 는 비슷하므로 자신에게 맞는 난이도나 교재구성을 따르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내가 고등학생일 무렵, 나는 책을 구입하는 걸 좋아했던 편이라 서울에 있는 교보문고에 가서 각 과목별 문제집을 쌔끈하게 갖춰서 사왔던 적이 있었다. 물론 그 각 과목 문제집 중에 반이라도 본 것은 국어, 영어, 수학을 제외하곤 하나도 없었지만.


그런데 내 친구 중 하나는 각 과목별로 얇은 문제집 한권씩만 사서, 심지어 가격도 오천원 미만일 듯한 디자인이었는데, 그것만 공부해서 굉장히 좋은 결과를 얻었다.


그러니까 분명히 누군가는 허접한 교재를 갖고도 좋은 결과를 낸다. 책을 아무리 좋은 걸 사더라도 결국 그걸 공부하는 사람이 어떤가에 따라 성과가 좋을수도 나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우선 용도에 맞는 교재를 선택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우선 수학교재들은 보통 몇가지 범주로 묶을 수 있다.


교과서


내가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교과서라고 하는 수학교재는 개념이 가장 쉽게 군더더기 없이 잘 나와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래서 예전에 수학을 교과서로 공부해도 충분하다고 하신 분도 있다. 사실 나도 이 말에 동의하긴 하는데, 현실적으로 이렇게 공부한다면 아마 시험에서 망하기 쉬울 것이다. 실제로 예전 어떤 상담에서 교과서를 20번 넘게 봤는데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고 한 사람이 있으니까.


교과서를 수학교재로 선택하는 경우는 반드시 문제 하나하나를 풀 때,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오랜 기간 고민해서 푸는 것이 중요하다. 조금 고민하다가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고 풀이를 듣거나 본 후에 넘어가는 식으로는 교과서를 100번 보는 것보다 차라리 유형문제집을 푸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왜냐하면 교과서는 유형 문제집이 아니라 문제유형도 많지 않고, 그 유형을 숙달할 수 있는 충분한 문제들이 없기 때문에 그것만 많이 외워봐야 오히려 교과서로 공부하는 방법의 단점을 극대화시킬 뿐이다.


보통 아이의 실력이 너무 없거나 자신감이 없을 때에는, 교과서를 교재로 선택해서 문제 하나에 충분한 시간을 들여가면서 완급을 조절한다. 이런 경우의 아이들에겐 일반 유형문제집을 선택했을 때, 좌절감만 더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수학의 정석> 같은 개념서


보통 <수학의 바이블>이라던가, <숨마쿰라우데> 같이 개념설명이 아주 깔끔하게 잘 나와있고, 그에 대해 유제들이 있고, 그 챕터가 끝날 때 연습문제들이 배치되어 있는 개념서들을 말한다.


<수학의 정석> 같은 경우는 나이 많은 수학선생님들에게는 "정석을 안 보고 어떻게 수학을 공부하는가" 라고 할 정도로 위상이 대단하다. 실제로 내가 고등학생 시절에 실력정석만 3년 내내 보았을 정도로. 그러나 어떤 선생님들은 <수학의 정석>이 쓰레기라면서 공개석상에서 찢어버린 분들도 있을 정도로 이 교재의 평가는 극과 극이다.


내 개인적인 평가는 과거에는 선택지가 없었지만, 지금은 좋은 교재들이 많아서 굳이 <수학의 정석>을 선택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떤 문제들은 너무 매니악한 풀이들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고, 현재 수학능력시험 체제에 적합하기 보다는 과거 본고사 스타일의 문제들이 많다. 하지만 선생님들이나 수학적인 완성도가 높은 학생들이 보기엔 아주 깔끔한 교재라서 나도 종종 참고하는 편이었다. 이 말은 수학적인 완성도가 없는 학생이라면 <수학의 정석>은 수학을 포기하게 만들기 쉽다는 의미이다.


위에서는 <수학의 정석>을 주로 얘기했지만, 보통 이러한 종류의 개념서들은 혼자 공부할 때 주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교과서와는 다른 의미로 설명이 잘 나와있으니까. 단점이라면, 대부분 이러한 개념서들은 수학적 완성도가 높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된다. 본인이 수학을 잘 모른다면, 혼자 공부할 때 절대로 선택해서는 안 된다. 일단 설명 자체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고, 두번째로 핵심적인 개념 외에 부가적인 내용들도 많아서 학생 혼자서는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려야할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개념원리 기본서> 같은 준 개념서


개념원리 라는 이름에 비해서 실제로 개념이 잘 설명되어 있지는 않다. 그러나 학원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교재가 이것이 아닐까 싶은데. 문제의 배치 자체는 <수학의 정석>과 비슷하다. 중요한 유제들을 다루고 연습문제들이 난이도에 따라 1, 2, 3단계로 구성되어 있는 배치이다.


학원에서 수업하기 좋은 교재인 이유는 한 타임의 수업에서 유제 몇문제를 설명하고, 숙제로 연습문제를 내주면 딱 떨어지는 구성이라서 그렇다. 개념서보다 얇고, 보통 최신 수학문제의 트렌드도 어느 정도 반영되어 있어서 보통 특별한 교재를 원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종류의 교재를 선택한다.


<개념원리 RPM>, <쎈수학> 같은 유형문제집


이러한 문제집들은 보통 문제들을 유형별로 분류하여, 한 유형에 서너문제들을 주어서 유형을 숙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어느 정도 실력이 된다면 한권 정도는 꼭 풀었으면 한다. 하지만 어떤 유형들은 교육과정에 맞지 않는 경우도 있고, 어느 정도 실력이 되지 않으면 문제 풀다가 좌절하는 경우도 많아서 반드시 어느 정도 완성된 후에 한권 정도는 풀어보는 것이 좋다.


수학능력시험대비 기출문제 모음집


EBS 사이트에서 지금까지 본 전국연합학력평가와 수학능력시험대비 모의고사 문제지들을 전부 제공하고 있지만, 시험 보는 연습을 한다면 모를까 기출문제들을 경험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개념별로 분리되어 나오는 문제집이 유용하다. 나는 책 한권의 진도가 모두 끝나면 보통 이런 기출문제집을 한권 정도 선택해서 풀게 하는 편이다.


대충 위와 같은 느낌으로 교재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뭐 기본적으로 너무 어렵거나 쉽지 않은 난이도에서 문제집을 몇권 스스로 들춰보고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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