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동안 다닌 유치원을 졸업하는 해이면서 공식적인 생애 첫 입학식을 치르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해였거든요. 생애 한번뿐인 유치원 졸업 발표회는 한다만다를 반복하다 결국은 취소가 되었고, 초등학교 입학식은 온라인으로 흘러나오는 애국가와 교가를 들으며 아이보다는 엄마인 제가 아주 낯설게 치렀습니다.
졸업식과 입학식에는 3대가 모여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먹었던 추억을 작은아이에게도 경험시켜주고 싶었는데 이마저도 여의치가 않았습니다. 마치 신기루처럼요. 코로나도 그렇게 신기루가 되었으면......
그렇게 전례 없는 코로나 시대를 아이들도 엄마도 무던히 견뎌내고 있는 중입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를 집 안에서만 돌봐야 하는 지금이 꼭 시간을 거슬러 영유아 육아시대로 회귀한 것 같고,삼시 세 끼에 간식까지 챙겨야 하는 하루하루는 탈선 없는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듯합니다. 그렇게 두 아이들의 끼니를 챙기는 것만으로도 엄마의 역할은 끝이 아닙니다.
엄마와 아이가 집안에서 함께 해야 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하루하루 무엇을 해야 할까 하는 엄마의 고민도 생겼습니다. 언택트 시대를 맞아 학습 키트 전성시대라 할 만큼 온라인 영상과 만들기 키트가 빠르게 쏟아졌고 그 얼마간은 키트 만들기로 시간을 때울 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만들기도 하루 이틀이고 고만고만한 키트를 웬만큼 섭렵하니 또다시 새로운 것이 필요해졌습니다. 먹거리, 놀거리, 즐길거리 그리고 학교에 가지 못하는 못하는 만큼의 학력보충까지 엄마의 고민은 풀리지 않는 실타래처럼 꼬여만 갑니다. 두 아이들의 아웅다웅 다툼의 시간도 보너스로 아주 심심치 않게 찾아오고요.
아흐......
그러다 관점을 바꾸어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비록 자의에 의한 것은 아니지만 이 시간은 다시금 돌아온 엄마와 함께 하는 선물 같은 시간으로.
돌이켜 보니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들어가면서부터 아이와의 교감이 현저하게 떨어진 것 같은 마음이 들었었습니다. 엄마의 시야에서 벗어난 아이들이 무엇을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는지 알 수가 없으니 말입니다. 조잘대며 엄마와 떨어져 있는 동안 있었던 일들을 쏟아내면 좋으련만 우리 집 아이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24시간 함께 하던 영유아 때와 비교하면 몸은 편해졌지만 반면, 엄마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 동안 아이가 겪었을 내용이 사뭇 궁금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했습니다. 밖에서 돌아온 아이의 낯선 모습에서 저는 영유아 시기에 아이가 느꼈음직한 분리불안을 도리어 엄마인 제가 느끼는 듯했습니다. 한편으론 엄마가 모르는 아이만의 경험은 하나의 독립된 개체로 세상을 살아가야 할 아이의 몫이고, 곧 아이의 성장이라 생각하며 엄마 스스로도 의연해지려고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저의 속마음을 풀어낼 수 있는 코로나가 불러온 집콕 시간이라고 여기자고 생각했습니다. 말귀도 알아듣고 몸도 마음도 성장한, 이제는 제법 사람 같아진 아이들이 오롯이 엄마와 함께 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 주어진 것이라고요. 평소 학교와 방과 후 프로그램으로 집안에서 엄마와 교감 없이 지내던 시간으로부터 특별히 받은 시간 선물, 그렇게 생각하니 이제는 어떻게 쓰면 좋을지 궁리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나 엄마의 시간이 충분치 않았을 때를 생각하면서 엄마와 아이가 함께 할 수 있는 어떤 것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이들의 성장 발달에 필요한 오감, 감성, 소근육 발달, 생명 존중 등을 교육적 목표에 기반으로 하면 더 좋겠지만 그냥 엄마가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충분한 걸로.
그것은 다름 아닌 꽃과 식물이었습니다. 제가 꽃을 좋아해서 관련 공부를 하면서 화훼장식 기능사, 원예교육복지사 1급, 플로리스트 1급, 일본 정통 꽃꽂이 이케바나, 실내정원 디자인 전문가 과정 등을 공부하며 자격증까지 취득하게 되었는데요, 자격증 취득을 위해서 집에서 엄마가 연습하며 만들어내는 꽃과 가드닝에 아이들도 관심을 보였습니다.
"엄마는 꽃이 좋아요?" "그럼 좋고말고."
"음.... 나도 엄마처럼 해보고 싶다~~."
저는 시간 선물을 아이들과 함께 '꽃과 식물'이라는 원예활동들로 보내 보기로 했습니다. 뭐 작정하여 실행한 것은 아니고요, 제 연습하면서 사는 꽃을 조금 더 넉넉하게 준비하는 정도로 말입니다.
9살 딸은 식물보다는 부케 만들기나 꽃 도시락 만들기 같은 생화로 작업하는 것을 좋아했고, 아들은 생화보다는 식물을 식재하고 물을 주며 매일매일 주의 깊게 반려견을 돌보듯 가꾸는 것을 더 좋아했습니다.
두 아이의 성향이 참 많이 달랐고 같은 작업을 해도 색감이며 형태 감도 달랐습니다. 아이들의 다른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다른 아이들을 나는 아이들에게 맞추어 대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고 내가 간과해서 혹시나 아이들이 상처를 받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까지. 평소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었는데 이제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생겼습니다.
생각이 많은 엄마와는 달리 아이들은 그저 엄마랑 함께 하는 것 자체를 즐겼고 좋아했습니다. 너희들도 엄마가 그리웠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 엄마로서 아이들의 마음을 미처 헤아리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하고 또 안쓰럽고, 애틋한 마음이 가득해졌습니다. 저는 이런 일련의 일들을 거치면서 다시한번 이 선물 같은 시간을 성장한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라고 감사하며 보내기로 했습니다.
<언택트 시대 엄마와 아이의 '집콕 시간 추억' 만들기 >는 아이들과 엄마가 꽃과 식물을 매개로 함께 했던 순간의 잊고싶지 않은 그 이야기 실타래를 풀어놓으려고 합니다. 엄마인 제 마음과 아이들과의 이야기 속에 들어있었던 감정도 다시 꺼내어 보며 미세한 감정의 변화나 엄마의 바람을 담아보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