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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스마스라임 Sep 02. 2021

잊혀진 바비인형, 다시보자 플라워 바비로

Flower activity 1 바비 플라워 드레스 만들기

어느 날 딸아이가 인형을 새로 사고 싶다고 합니다. 한 두번 말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한 두번이면 무시하고 넘어가겠는데 이야기가 반복되는 것으로 보아 정말 갖고 싶은 것일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바로 아이의 말 뒤에 숨은 마음을 읽기가 먼저라는 것을 육아경력 12년차 엄마는 알기에 넌지시 말을 건네봅니다.


 사실 이미 아이에게는 마론인형이 넘쳐납니다. 무려 바비인형으로 말입니다. 그런데 아이는 시크릿쥬쥬, 미미 같은 한국 마론인형이 갖고 싶다고 하는 겁니다. 제가 어릴 적에는 라라, 미미, 제니, 안나, 토토 같은 영실업의 마론인형보다는 훨씬 더 비싸고 구하기 어려운 것이 바비인형이었기에 제 생각으로는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기가 참으로 어렵더군요.

아이의 말을 들어본 즉슨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 친구들은 유투브나 TV에서 방영하고 있는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장난감으로 만들어져 마트에서 살 수 있고, 아이들은 그것을 사서 TV 브라운관이나 모니터가 아닌 현실 속에서도 자기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소유하고 있었던 겁니다. 아이에게 한국 마론인형을 갖고 싶은 것은 TV에서 볼 수 없는 바비보다는 훨씬 나아보였던 겁니다. 친구들과 같은 장난감을 갖고 있다는 동질감과 소속감을 바랬던 것이었는데 오히려 혼자만의 소외감이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잡았던 것이었습니다.


어린 마음에 친구들이 갖고 노는 그 인형이 얼마나 갖고 싶었기에 몇 번이고 이야기를 하는가 싶어 마음이 짠하더군요. 그 마음을 얼른 달래주고 싶어 당장 마트로 가서 사자고도 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잠시 생각을 해봅니다. 그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 같았습니다. 친구들이 산다고 모두 따라 하는 것이 아이에게 좋을리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단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주고 보듬어 준 다음, 엄마는 새로운 인형을 사줄만한지 한 번 같이 생각해보자고 했습니다. 사실 제 마음 속으로야 살 이유가 없을 것 같지만 말입니다.


첫째, 세상은 갖고 싶다고 해서 모든 것을 다 갖을 수 없다는 점,

둘째, 모든 사람이 필요하다고 해도 자신에게 필요하지 않으면서 산다는 것은 가치가 없다 점,

셋째, 정말 그 물건이 필요하고 가치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생각이 있어야 한다는 점,

넷째, 너의 마음과 감정을 들여다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점,

다섯째, 물건을 사는 소비행위로 마음을 위로 받을 수 없다는 점, 

여섯째, 정말 물건을 사는 것 밖에 다른 방법은 없는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점


여러각도에서 아이에게 말을 했지만 딸은 넘어갈듯 말듯, 확실하게 엄마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머리로는 이해가 가는 것 같은데 마음이 동하지 않는 것이었으리라 짐작이 되더라구요. 그럼요, 아직 어린 아이인 것을요.


그래서 이번에는 바비인형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고 했습니다. 바비는 너와 함께 놀고 싶어했던 것 같은데 너가 다른 장난감을 노느라 잘 안 놀아주지 않았던 것 같다고 하니 바비는 더 이상 예쁘지 않다는 겁니다. 처음에는 예뻤는데 지금에 와서 예쁘지 않다는 말해서 바비는 항상 그대로인데 너의 마음이 바뀐 것은 아닌지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저의 속뜻은 너의 마음이 변한 것에 대한 핑계일뿐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었지요.


그리고 거꾸로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라고도 하면서 바비가 기분은 어떨까 하고 말을 건네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그제서야 아주 조금 아이의 변화가 일어나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은 무생물을 마치 사람인 것처럼 인식하는 경향이 많다고 하는데 그런 순수함이 너무나 귀여웠습니다.  


그렇다면 그렇게 잊혀진 바비를 다시 예쁘게 꾸며보면 어떨까?



엄마의 준비 : 꽃 도매 시장에서 생화를 몇 가지 구매하여 컨디셔닝까지 마치고 물통에 넣어 물올림을 해 두었습니다. 



물올림을 해 둔 베란다에 나가 아이가 원하는 꽃들을 골라보게 합니다.  그러면서 아이는 꽃이름을 궁금해합니다. 그러면 꽃의 이름을 가르쳐주기도 합니다. 저마다 다른 텍스처와 모양, 색감을 가졌고, 특유의 신선한 향기를 내뿜는 생화를 만나는 것 자체만으로도 아이는 엄마와 상호작용을 하며 즐거워하는 것 같았습니다. 


엄마가 골라 준 것이 아니라 자기가 골라서 머리 속으로 상상해볼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알록달록 예쁜 꽃들이 많았는데 아이는 유독 보라색과 흰색 위주로 꽃을 골라냅니다. 자기는 보라색이 좋고 보라색에 흰색 꽃이 있으면 너무 예쁠같다고요.





:::::: 준비물 :::::::


소재: 리시언셔스(흰색), 소국(흰색), 공작초(보라), 유칼리(파블로), 

아이 마론 인형, 플로럴폼, 리본, 테이프(양면, 일반), 꽃가위, 오아시스 칼, 돌림판, 물통, 신문지(깔개), 아스테이지 (깔개)



*플로럴폼은 미리 물에 충분히 담가 준비합니다. 

**돌림판은 있으면 사용하고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오아시스 칼은 집에 있는 빵칼이나 케이크 살 때 딸려오는 플라스틱 칼을 사용해도 괜찮습니다.  

****물을 먹은 플로럴폼에서 물이 나오니 신문지를 두껍게 깔거나 아스테이지 같은 비닐을 깔아주는 것도 좋습니다.

*****오아시스 칼을 사용하는 것은 엄마가 해줍니다. 


물을 머금은 플로럴폼은 바비인형의 키에 맞게 오아시스 칼을 사용하여 잘라줍니다. 

그리고 홈을 파서 바비인형을 끼워줍니다. 에공~~ 발가락이 튀어나왔어요. ^^;;

이걸 보더니 아이가 바비는 얌전하지 않은 것 같답니다. 

바비인형의 허리부터 아래로 A라인 스커트 모양으로 오아이스 칼을 이용하여 깍아주며 형태를 잡아줍니다. 



아이가 원하는 리본색을 고르게 하고, 양면테이프를 이용하여 감아주며 상의를 붙여줍니다. 


딸아이가 고른 꽃들을 한 번 살펴볼까요?

아이가 사용한 꽃은 리시언셔스, 소국(흰색), 

공작초, 유칼리(파블로), 소국(연핑크)



아이가 사용할 것이니 조금 짧게 엄마가 미리 길이를 잘라 놓으며

좀 더 쉽게 다룰 수 있겠지요? 

꽃가위는 일반 가위보다 훨씬 날카롭기 때문에 아이들이 사용할 때는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가르쳐주어야 합니다.  꽃대의 아래쪽을 잡고 가위는 자르고자 하는 위쪽으로 잘라야 손이 다치지 않는다고요.


처음에는 꽃을 어느 정도 잘라야 하는지 잘 몰라해서 높이를 정해서 잘라주도록 했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꽃을 자유롭게 꽂도록 합니다. 간간히 큰 꽃에서 작은 순서로 배치하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도 해주었습니다.

이후부터는 아이 혼자서 이렇게 저렇게 보면서 혼자만의 감각으로 만들어갑니다. 

이리보고 저리보고 어떤 색깔의 꽃을 배치하면 좋을지 생각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그러면서 바비가 정말 예뻐지고 있다면서 좋아합니다. 

다 완성이 되었으면 인형 액세서리로 깔맞춤하여 장식하여 줍니다.

이런 건 말 하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하더라구요.^^


그리하여 아이가 만들어낸 플라워 바비 입니다. 



완성된 바비를 보면서 바비가 완전히 공주같이 예뻐졌다고 무척이나 좋아하더군요. 바비의 재발견이라고나 할까요. 꽃으로 꾸며서 예쁘지 않은 것이 뭐가 있겠습니까.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렇게 달라질 수가 있다는 것을 실제로 본 아이는 여전히 한국 마론 인형을 사고 싶어하지만서도, 플라워 바비를 만들고 난 후에는 작은 깨달음이 있었던 듯 그 회수도 잦아들었고 표현도 줄어들었습니다. 


지나간 것들을 소환하여 다시금 새로운 매력을 느끼게 하고 또 그렇게 한 단계씩 발전되어 간다는 것을 말하지 않아도 알게 되지 않았을까 내심 기대해봅니다.


 반드시 오래된 것이 형편없는 것이 아니라 이런 반전과 새로운 쓸모를 찾게 되나니 쓰레기도 다시 볼 판입니다. 


너도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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