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 연습은 아이에게만 필요한 게 아니다.

'나-대화법(I-message)' 구체적으로 연습해보기

by 나다움

안다는 것과 깨닫는 것의 차이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안다는 것은 우리를 아프게 하지 않아요. 그러나 깨달음은 아픕니다. 당신이 어떤 사실을 알았는데 아프다면 당신은 깨달은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中, 공지영 저-


알고 있는 것과 실천하는 것에는 괴리가 있다, '나-대화법(I-message)'도 그렇다. 마치 수학공식을 외워도 실제 문제에는 어떻게 적용하는지 모르는 것과 같다. 기존에 알고 있던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내 상황에 적용하는 것은 어려웠다.


선생님이 알려주신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사실 -> 2) 감정-> 3) 기대욕구 ->4) 부탁의 순이다. 1~3번까지가 기초이고, 4번을 추가하는 것은 심화 코스이다. 어떻게 감정을 표현해야 하고, 또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고, 연습을 해서 유익했다.


하지만 새로운 주제는 아니었다. 계속 상담에서 반복되는 이야기인 '주체적인 온전한 나'를 찾기 위함의 일환으로 '나-대화법(I-message)'을 접근한 것이다. 이 대화의 핵심은 '내가 주체'이며, 특히 '4번. 부탁하기'가 그렇다. 상대의 반응에 따라 내가 좌지우지되지 않는다. 즉, 타인이 내 부탁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내가 좌절하지 않는 것이다. 나의 요청이긴 하되, 강요가 아니며 상대에게는 선택의 여지를 주는 것이다. 그래서 상대가 부탁을 거절했을 때에도, 상대의 반응에 나의 감정이 결정되지 않는다. 나의 욕구를 표현하는 것까지가 나의 역할, 그것을 수용할지 여부는 상대방의 선택인 것이다.


'3번. 감정'도 조금은 어려웠다. 나의 기대욕구가 충족되면 긍정적인 감정이, 기대욕구가 결핍되면 부정적인 감정이 일어나긴 한다. 하지만 감정에는 좋고 나쁨이 없음을 인지하며, 모든 감정을 인정해야 했다. 그저 모두 나의 감정인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감정을 제외하고는 이 문장들이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있다는 점이었다. 말이 약간씩 바뀌었을 뿐 결국은 같은 내용을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거기에 최대한 간결하게, 하나의 사건에 하나의 감정만 하도록 연습했다.(땅에서 고구마 캐듯이 주렁주렁 연관된 것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딱 하나만) 왜냐하면 너무 많은 정보는 상대에게 원하는 바를 제대로 전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가지 더, 실전에서는 이런 패턴으로 대화를 이어가되 4번 부탁하기는 적절히 필요한 경우에만 쓰는 게 조금 더 자연스러운 대화였다. 아무리 '나-대화법'이라도 긍정적인 감정을 많이 표현해주고,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적절히 섞어보는 팁도 알려주셨다. 처음에는 너무 심각하고 어려운 주제보다는 가벼운 주제부터 시작하여 난이도를 점진적으로 늘려보기를 권장했다.


상담 선생님은 일부러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을 번갈아가며 연습을 하도록 도와주셨다.

그리고 다음은 실제로 연습한 상황이다.


<만족스럽다>

1. 사실 : 신랑이 아이와 몸으로 놀아주고 있다.

2. 감정 : 만족스럽다.

3. 기대욕구 : 아빠가 아이가 원하는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주었으면 좋겠다

4. 부탁 : 지금처럼 아이와 놀아주기를 부탁

-> 신랑이 아들과 신나게 몸으로 놀아주고 있는 걸 보니까 참 좋네. 만족스러워. 아빠가 아이가 원하는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거든. 앞으로도 지금처럼 아이와 놀아줄 수 있을까?


<불쾌하다>

1. 사실 : 화장실 변기에 소변의 흔적이 남아있다.

2. 감정 : 악취로 인해 불쾌하다.

3. 기대욕구 : 화장실이 쾌적한 상태를 유지했으면 좋겠다.

4. 부탁 : 깨끗한 화장실을 쓸 수 있도록 부탁

-> 화장실 변기에 소변이 묻어서 더려워졌더라고. 냄새가 불쾌했어. 화장실은 쾌적한 상태가 유지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거든. 앞으로 내가 깨끗한 화장실을 보게 해줄 수 있을까?


<자랑스럽다>

1. 사실 : 회사에서 어려운 일을 의연하게 잘 대처했다.

2. 감정 : 내 신랑인 게 자랑스러웠다.

3. 기대욕구 : 내 신랑이 주눅 들지 않고 당당했으면 한다.

4. 부탁 : 멋진 모습 기대

-> 어제 회사에서 꽤 골치 아팠을 텐데 신랑이 의연하게 잘 대처했다고 하더라고. 그런 사람이 내 신랑이라는 게 자랑스러워. 난 내 신랑이 어디 가서 주늑들지 않고 당당했으면 하거든. 지금처럼 멋진 모습 계속 기대해도 될까?


<외롭다>

1. 사실 : 2주째 정보전달형 대화만 간헐적으로 오고 가는 냉전 상태의 지속

2. 감정 : 함께 있는데 더 외롭다

3. 기대욕구 : 대화하는 시간을 기대했음

4. 부탁 : 이야기를 하는 것을 제안

->요새 우리가 대화가 없잖아. 외롭다는 생각이 좀 드네. 나는 신랑이랑 대화할 시간을 기대하나 봐. 나쁜 얘기라도 좋으니까, 우리 대화 좀 할 수 있을까?


<뿌듯하다>

1. 사실 : 내가 성과급을 많이 받았고, 우리 집 자산관리사인 신랑이 그 돈은 출처 불문, 나를 위해 쓰길 권유

2. 감정 : 그간의 노력을 알아주는 것 같아서 뿌듯함

3. 기대욕구 : 신랑이 나를 직장인으로서도 인정해주길 바람

4. 부탁 : 인정해주는 말이나 행동을 요청

-> 내가 받은 성과급을 출처 불문으로 나에게 쓰길 권유해줬잖아. 그간의 내 노력을 알아주는 것 같아서 뿌듯했어. 신랑이 나를 직장인으로서도 인정해주길 바랬나 봐. 앞으로도 지금처럼 인정해주는 말이나 행동 부탁해도 될까?


<긴장하다>

1. 사실 : 요즘 지각할 뻔하는 일이 잦다.

2. 감정 : 출근길에 9시가 다돼가면 긴장감이 높아짐.

3. 기대욕구 : 여유 있게 출근하고 싶은 욕구

4. 부탁 : 5분만 더 서둘러서 출발하기를 바람

->요즘 지각할 뻔할 때가 많지. 출근길에 9시가 가까워질수록 긴장감이 높아져. 여유 있게 출근하고 싶은 내 마음의 기대가 있어서 그런가 봐. 우리 5분만 더 서둘러서, 늦어도 20분에는 출발할 수 있을까?




실제로 선생님과 상담시간에 연습하고, 이렇게 글로 옮겨가며 복기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대화를 한마디도 안 나눴다는 후문. 하하. 우선 연습을 하는 거다. 연습하는 것 자체가 주체적인 내가 되는 길이기에. 언제 쓸지는 모르지만, 자연스럽게 쓰는 그날까지 계속 읊조린다.(중얼중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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