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디는 게 취미, 버티는 게 특기.

타인의 불편한 감정을 견디는 연습, 조금 더해봅니다.

by 나다움

길을 잃어보지 않고는 나를 발견할 수 없다.


-'굿바이 블랙독(내 안의 우울과 이별하기)' 中, 매튜 존스톤 저-


"이제까지 열심히 땅을 팠어요. 딱 한삽만 더 뜨면 금을 캘 수 있는 상황인데, 여기서 포기하면 아깝잖아요. 지금 00 씨 상황이 그래요. 계속, 견딜 수 있겠어요?"

온전히 나로 있는 것은 녹녹하지 않은 일이었다. 오랫동안 굳어온 나의 습관을 바꾸는 일이기에 저항감도 있었고, 어색했으며 외로웠다. 거기에 환절기가 겹쳐지면서 컨디션이 나빠지며, 매일 하던 운동도 거르게 되고, 식사도 잘 챙겨 먹지 않는 등 점점 바닥을 향해 가고 있었다. 하지만 선생님의 물음에 망설임 없이 또 대답했다.

그럼요. 견디는 게 취미고, 버티는 게 특기예요.

대답을 하며 마음을 다시 한번 다잡는다, 딱 한 번만 더 견뎌보자고.


애써 타인과 나를 분리하고 있지만, 유독 잘 안될 때가 있는데 그것은 부탁을 할 때이다. 타인에게 부탁을 해도 되는 상황인지, 나의 요구가 수용이 될지 등을 면밀히 살핀 후에야 실행에 옮기기 때문이다. 이러한 근본적인 원인은 부탁을 거절당하는 상황이 마치 나라는 사람이 거부당하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머리로는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피하고 싶은 게 솔직한 마음이다.

거절당하더라도, 내 요구를 하는 것.
그게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거예요.
'내가 거절당했다'는 행위에 집중하기보다는
'나는 요구를 했다'는 사실에 집중해보는 건 어때요?
같은 내용인데 느낌이 다르죠?"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것이 뻔한 상황에서도 해보는 것이야 말로 온전한 나로 있는 연습이라고 하셨다. 상대방의 결정은 그 사람에게 맡기고, 나는 나에게 집중하여 내가 원하는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로 인한 익숙하지 않음에서 오는 불편감도 온전히 느껴보며, 거절을 조금은 가볍게 받아들이는 연습도 해본다.(역시, 거절하네. 훗. 그럴 줄 알긴 했지, 하면서.)

타인이 느끼는 불편함과 나의 감정을 구분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나만의 모션을 정해서 해본다. 나만의 시그널을 만들어서, 이전의 악습관이 나올 때 그것을 떨쳐내는 의식을 구체적으로 행동한다. 나에게 붙은 타인의 감정을 툭툭 털어내듯 어깨를 손으로 툭툭 털어내 본다. 문제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동시에 모든 것을 내 문제로 가져오지 말아본다.


이제까지 다른 방식으로 선택을 하고 버티는 연습이 불편하다. 기존의 자동적인 사고, 항상성을 깨기가 쉽지 않다. 당연히 힘들다. 마치 다이어트식이 몸에 좋은 것은 알지만, 전혀 맛이 없다고 하면 의지만으로는 버티기 힘든 것처럼.

힘들긴 하지만 동시에 편하기도 하다. 좋은 음식을 먹으면 몸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끼듯이 말이다. 주체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은 것은 알지만 좋은 것만으로는 버티기 힘든 것. 그러면서도 내가 좋으니까 계속하는 것. 나는 지금 그것을 하고 있다.

거기에 잘 안 됐을 때, 나를 비난하지 않기를 추가한다. '조금 잘 안됐네, 그럴 수밖에 없는 거지, 다시 시도해보자'라는 다소 가벼운 마음이 필요하다.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지도 말자. 내가 스스로 회피하고 하고 싶어 만들어내는 핑계일 수도 있기에.


여기서도 잘 구별해야 해요.
내가 주도적으로 행동했을 때, 불편하게 생각한다는 것은 누구의 생각인가요?
내가 한 행위로 내가 불편한 건지,
상대방의 반발 행동으로 불편함을 느끼는 건지 잘 봐야 해요.
이러면 어때요?
상대방의 행동에 영향을 받아서 내가 불편하다고 느낀 거라면,
'아, 내가 제대로 던졌구나. 스트라이크!'라고요. 하하"


상대방의 불편함을 애써 가져오지 않는 것은 나에게 어려운 일이긴 하다. 이는 마치 악취 같은 거다. 맡고 싶지 않아도 저절로 코에 들어오고, 그걸 견디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온전히 버텨보다가 그렇게 생각하기로 한다. 이 악취를 즐기고 있다고. 그런 나에게 선생님은 다시 한 번 더 얘기해주신다.

"그것 역시 가면일 수 있어요. 불편함을 즐기고 있다고 생각해버리는 거죠. 다른 가면을 쓰지 말고, 그냥 그 불편함에 있어보세요. 머물러보세요."


'익숙하지 않지만, 어렵지는 않다'를 거듭 되뇌며, 그렇게 버티고 견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