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유지하기 위해서 정신과에 다닙니다

포기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연습 중

by 나다움



일상을 유지해야 한다. 이것은 정말로 중요한 일이다. 끼니를 거르지 않고, 친구들을 만나고, 가족들과 나들이를 하고, 운동이나 산책을 하고... 이런 일들을 포기해선 안된다. 그래야만 정말로 답답하고 괴로운 상황조차 마침내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받아들인다는 것은 포기한다는 것과 완전히 다르다. 받아들인다는 것은 내 인생에서 나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그것이 단지 내 인생의 작은 조각이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임세원 -


나에게 정신과 약을 복용하는 것은 언제나 부작용이 함께 따라온다.(같은 약인데 나타나는 부작용도 그때그때 조금씩 다른 것도 신기하다, 아마 예민해진 내 마음과 연결된 내 몸이라 그런 건 아닐까 싶다) 어지럼증, 구토감, 멍함, 졸림 등 약을 먹는 게 본인이 힘듬에도 불구하고 그 많은 단점을 상쇄할 수 있는 이점이 있기에 약을 먹는 건데, 주변에서 약을 먹는 내가 보기에 불편한가보다. 자꾸 약을 더 먹어야 하는 건지, 왜 계속 먹는 건지 그냥 안부인사처럼 묻는다.(그럴 땐, 그냥 웃고 만다) 게다가 가장 절망적인 순간은 약을 먹음에도 불구하고 감정의 바닥을 치며 무너져 한동안 일어나지 못하는 나 자신을 볼 때이다. (약을 줄이진 못하고 더 늘리는 건가, 순간 또 걱정이 든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약을 먹는 것은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서이다. 자고, 먹고, 회사에서 일하고, 아이 들을 돌보는 평범한 일상말이다. 또한 이렇게 유지한 일상은 우울한 마음을 치유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 이 아름다운 선순환을 유지하기 위해 난 오늘도 정신과 약을 먹는다.


정신과에 처음 가게 되었을때는 비약물이든 약물이든 치료를 하면 뭔가 단기적으로 획기적인 변화가 있을 것을 기대하고 갔다. 쇼핑몰에서 물건을 시키면 다음날 새벽에 도착하듯, 내가 정신과 치룔를 받으면 결과가 눈에 보이게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했나보다.

단기간에 이루려는 것은 도피나 회피일 수 있어요. 모든 일에는 과정이 있고요.
정신과 치료는 엄마이자 직장인으로서 지금 해야하는 역할들을 잘 수행하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내가 정신과를 찾은 이유는 갑자기 고장난듯한 감정조절능력을 고치기 위해서다. (정확히 말하면 내 감정조절장치를 더 강하게 조여 더 잘 억제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감정을 쌓아두고 한번에 분출하는게 아니라 그때그때 건강하게 표현해야한다. 부정적인 감정을 표출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은 어떻게 표출하면 좋을까로 바뀌어 가는 중이다.

여전히 점심시간에 정신과에 가는 길이 결코 가볍지는 않다. 돌아오는 길에는 매번 병원 근처 꽃집에 들러 마음에 드는 작은 화분을 사가지고온다. 앙증맞은 꽃을 보며 마음을 가벼히 비워본다. 내가 마음이 아파서 병원을 다닌다는게 여전히 유쾌한 일은 아니다. 내가 지금 해야하는 일이기에 받아들이고 간다. 해야할 일 사이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나 넣는다. 그렇게 또 내 인생의 작은 조각에 기쁨과 슬픔을 같이 넣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