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왜"가 아닌,
앞으로 "어떻게"에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알게 된 사실, 내가 우울한 이유

by 나다움

자살이란 마음속의 사랑을 담는 저금통이 비었을 때 하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냥 단순한 의미의 사랑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부를 수 있는 에너지라고 해석하고 말이지요.

사랑을 담는 저금통의 멋진 점은 사랑을 주면서도 채워진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싶어 지는 시점 다가왔다고 생각되면 차분하게 생활을 다잡도록 하세요. 아침에는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고, 최대한 몸을 움직이고 잠이 오지 않더라도 일찍 잠자리에 들도록 하세요. 인터넷에 허비하는 시간을 제한하고, 담백하고 질 좋은 음식을 먹고, 번잡한 인간관계와 술, 성욕 같은 것은 잠시 접어두고 저금통을 다시 채우는 거예요. 그렇게 하면 얼마든지 몸과 마음의 건강을 되찾을 수 있는 날이 올 거예요.

-『어른이 된다는 건』, 요시모토 바나나 -


정신과에 다니면서 가장 크게 깨달은 점은 '지금 내가 이렇게 힘든 건, 100% 나의 탓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정신과에서 첫날 했던 검사 중 성격 및 기질검사에서 말해주듯, 생물학적으로 원래 난 이렇게 태어난 것이다.

거기에 이런 타고난 기질과 성격을 강화시키는 환경이 더해져 지금의 내가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것은 바뀌기 힘들다고, 의사 선생님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것은 나에게 위안이 되었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이유가 있었다는 것을 안다는 것은

마치 콩나물시루에 물을 부으면 바로 빠져나가버리는 이유가 구멍이 있기 때문이었음을 발견한 것과 같았다.

그리고 동시에 그동안 나의 취미 찾기 활동을 비롯한 치유활동이 헛되지 않았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물이 곧 빠져버리는 콩나물시루에 콩나물이 자라고 있을까 의구심이 들지만, 검은 천을 벗겨보면 어느새 자라 있는 콩나물을 발견하듯 말이다.


우울증에 걸리거나 자살하는 사람의 상당수는 모든 잘못을 자기 탓으로 돌린다고 한다.

내 경우에도 그랬다.

타인이 나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해도, 내가 그럴만한 행동을 해서 그런 건가 내 행동을 반추했다.

내가 억울한 일을 당해도 그 억울한 일을 사전에 막을 기회가 나에게 있지는 않았는가 돌아봤다.

이런 나를, 그저 있는 그대로 온전히 받아들이는 과정이 정신과 치료의 시작이었다.

그동안 내가 왜 이렇게 힘들었는지, 이런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를 고민하지 않고

그럼 이런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사는 게 좋을지에 대해만 생각하고 실천하는 계기가 되었다.

<『감정의 발견』 마크 브래킷 : 무드 미터 : 한눈에 들어오는 무드미터를 통해 내 감정상태를 파악해본다>

그 실천의 시작이 "감정을 표현하는 연습"하기였다.

예민한 성격에 감정의 폭이 큼을 부정하지 않고, 그 감정을 현명하게 표출하는 방법을 배워나가는 거다.

우선 그동안 눌러만 왔기에 내 감정이 어떤 감정인지도 잘 모르고, 거기에 숨은 생각도 잘 모른다.

의식적으로 자꾸 보고, 연습해본다. 내가 내 감정을 느끼고 표현할때까지 말이다.

<『내 마음은 내가 결정합니다』 정정엽 :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들을 입에 붙을때까지 되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