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프로필 사진,이렇게 읽는다. 건들면 문다.

하이에나 같은 사람들 사이에서 나를 지키는 방법

by 나다움

내가 정신력으로 숨을 참고 살아보겠다 그거 성립이 안되잖아요. 심리적으로 그런 게 있어요.

그게 뭐냐면 '나 괜찮나?' 이런 마음이 우리는 삼시세끼 허기가 돌아오듯이 심리적으로 끊임없이 돌아와요.


살아가면서 괜찮나? 이런 컨펌을 끊임없이 받아야 하는데 예민하다고 느끼시는 분들은 마음속에 미리 이렇게 전제가 있는 거 같아요. '난 좀 별나다, 잘못됐다.' '정상적인 흐름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그런 전제에서 시작을 하니까 이미 판단을 내리거나 그런 상태이지 않겠어요? '나 맞나?' 하기 전에 이미 내가 '아닌 거 같다.' '뭐가 잘못 가고 있는 거 같다' 이런 느낌을 가지고 일상을 가다 보니까 이게 참 힘들겠다. 정말 불안해지겠다.

-유튜브 [정혜신 TV] 타인의 인정에 너무 예민해요 / 시즌3 EP. 13 -

https://youtu.be/HVtFKwZPhSk



낯선 곳에서 낯익은 그녀를 발견했다. 모른 척 지나가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기시감에 한참을 바라보다 이내 깨닫는다. 난 확신을 얻기 위해 신랑에게 묻는다.

"쟤랑 나, 닮았어?"

후환이 두려워 머뭇거리는 신랑을 위해, 부연설명을 한다.

"그러니까, 신랑 술 먹고 와서 자는 아들 깨울 때... 그때 내 표정 저거 맞냐고."

그제야 신랑은 환하게 웃으며 대답한다.

"똑같네. 아니, 그냥 부인이야. 저 살벌한 눈이랑 입 돌출된 거..."

한참을 웃다가 쓸데없는 설명이 추가되기에 '그 표정'을 눈만 지어준다.

나는 자연사박물관 맹수의 표효상에서 나 자신을 보았다. 유리벽 안의 낯익은 그녀(?)를 보며, 반가워 연신 사진을 찍어댄다.


지난주 사무실에서 대성통곡을 한 탓에 월요일 아침이 더욱 힘겨운 날이었다. 비 오는 날 번개처럼 반짝이면, 순식간에 그 당시의 상황이 머릿속을 지나가면서 '얼음'이 된다.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다가 주말에 찍은 맹수의 표효 사진을 보고 '땡' 하고 씩 웃는다. 공동의 적 앞에 선 철저한 동지이며, 사고형임에도 불구하고 내 감정에 격하게 공감했던 신랑에게 이 사진을 공유한다.

< 이럴 때 한정, 천생연분 >


불쑥 찾아오는 마음의 불편함에 나는 결국 상담 선생님을 만나서 이렇게 묻는다.

"제가... 처음으로 직장에서 남에게 화를 크게 내기도 하고, 또 대성통곡하기도 했어요. 그 이후로는 마음이 불편해요. 저, 왜 이럴까요?"

마음이 불편한 원인 분석을 기대하고 있던 나에게 선생님은 호탕한 웃음과 함께 이렇게 말한다.

"너무 놀라운데요? 직장생활을 10년 넘게 하면서 남에게 화를 내고 감정을 표현하는 게 처음이라고요? 전 이게 더 신기해요. 하하하."

"아무튼, 창피해요. 평생 이불 킥 감이라, 남들이 나를 이상하게 볼까 봐 걱정되기도 해요."

"주변 사람들은 오히려 그 정당하지 못한 상황에 공감하며 '화'를 내지 않았나요? 그런데 정작 본인은 지금 이 상황이 왜 불편할까 한번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화도 내긴 했지만 그 외에 감정, '수치심'을 왜 느끼고 계실까요?"


그러고 보면, 직장에서 내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프로(?) 답지 못하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회사에서 울어버린 나에게 '수치심'을 느끼고 있던 거였다. 그 수치심의 원인은 '나 이래도 되나?'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했을 때 '괜찮아'라고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뭔가 잘못돼가고 있다'라는 생각을 했다. 즉 '자기 확신'이 부족했다.

"화가 난다는 것은, 당연한 감정이에요. 특히 날 함부로 재단하는 공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화를 내는 것은 나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일이에요. 매번 무슨 일이 생기면 본인 탓부터 하는 00 씨에게는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제까지 계속 그런 패턴으로 무기력하고 힘들어했잖아요. 우리 이제 그거 하지 말아 봐요."

"그래도 이건 너무 과한 거 같아요. 대성통곡이 아니라 비련의 여주인공 같이 눈물만 살짝 맺혔으면 좋겠고, 버럭 화내는 게 아니라 차분하게 논리적으로 대응하고 싶은데 잘 안돼요."

"아직은 적당히가 안되죠, 여기까지 어떻게 끌어올린 건데. 제가 예전에 그랬죠? 우울한 감정을 끝까지 가보라고.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내 감정을 끝까지 가보세요. 감정이 일어난 이유를 찾을 필요 없어요. 감정을 목적 없이 인정해주세요."


살면서 '나, 괜찮아?' 하는 순간에 나에게 매번 '그럼, 괜찮아. 잘하고 있어.'라고 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행운이다. 나에게도 상담 선생님이 있었고, 그다음으로 직장 동료가 그 역할을 해주었으며, (공동의 적이 있을 때 한정) 남편도 있었다.

하지만 허기가 돌아올 때 매번 잘 차려진 밥을 먹기는 힘들듯, 순간적으로 '나 괜찮나? 하는 순간에 누군가에게 매번 확인을 받는 것은 어렵다. 밥 대신 간식을 먹듯, 타인에게 인정받는 것 대신 나 스스로에게 확신을 준다. '야, 이 정도면 훌륭해. 잘하고 있어. 걱정 마.'라고.


동시에 부지불식간에 내 마음의 열쇠를 타인에게 맡겨버렸음을 알아챈다. 나에게 중요도가 크지 않은 사람이 내린 그 한마디에 휩쓸려 가도록 동조하였다. 나 스스로를 보잘것없는 사람으로 정의 내린 것이다. 심리상담 선생님은 문제가 생겼을 때 나에게 귀책사유를 찾고, 내부귀인을 해버리는 나의 습관을 언급하신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것을 균형 잡기 위해서, 나에게만 한정 극약처방을 내리신다. 무슨 문제가 생기면 일단 나를 보지 말고 주위를 보라고, 내 탓보다는 남 탓을 해보라고. 그렇게라도 나에게만 너무 엄격한 본인에게, 지금 괜찮다는 확신을 주라고.


나 자신이 아닌, 세상을 향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저 야수를 재차 응시한다.

그제야 셀프 물어뜯기를 멈춘다.

당분간 프로필 사진처럼, 맹수의 마음가짐으로 약육강식의 직장에 임하려 한다.


자, 덤벼라.

건들면 문다!(크앙!!)



그곳의 상황 : 직장에서 내 감정표현이 평소 기본값보다 격하고 나서, '나 괜찮나?' 하는 반문이 들 때

최적의 대처 : 우선 '괜찮아'라고 스스로 말해준다. 그렇게 응급처치 후에는 나를 온전히 바라보며, 나를 존재 자체로 지지해주는 사람에게 심리적 기본권인 '인정'을 받아본다.

오늘의 교훈 : 위장의 허기에는 '음식'이, 심리적 허기에는 '인정'이 최선.


< 분노의 사건을 이렇게 글로 쓰기까지 오랜시간이 걸렸다. 참지말고 소화시키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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