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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킨디센터 Dec 02. 2018

우리 마을의 삼바축제를 기다려요

크리킨디센터 벌새연합

벌새연합은 브라질리언 퍼커션에서 시작한 청(소)년 축제예술가들의 모임입니다.
브라질 음악 연주 형식인 바투카다Batucada라고 하는, 흡사 한국의 사물놀이와 같은 공동체 음악을 중심으로 모임이 만들어졌고, 불난 숲을 끄기 위해 한 방울씩 물을 나르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벌새 ‘크리킨디’의 이야기를 빌려 팀의 이름을 정했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변화를 일구는 벌새의 마음으로 청소년, 인권, 난민, 기후변화, 생태, 지역, 축제, 평화 등 다양한 화두로 젊은 시민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다양하고 성장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만 일단 벌새연합의 첫 모습이자 중요한 핵심은 바투카다입니다. 벌새연합의 전신인 '페스테자' 혹은 하자작업장학교 공연음악팀은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로 매년 3월, 시청과 광화문 광장 일대를 돌며 기억과 추모를 위한 행사에 참여하고 바투카다로 퍼레이드를 이끄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러면서 페스테자의 멤버들이 여러곳의 친구들께 바투카다를 가르쳐드리곤 했고요. 2018년에는 공연음악팀의 졸업생들 뿐 아니라 그간 함께 바투카다 음악을 해왔던 사람들을 모두 초청하니 약 50명 정도 모였습니다. 청소년, 드러머, 음악인, 주부, 대학생 등 연령도 직업도 다르지만 선뜻 함께 해주었습니다. 인원/연령제한이 없는 형식으로, 같은 뜻을 이루고자 하는 사람들과 함께 축제와 퍼레이드를 벌일 수 있을까? 문득 그런 생각에 본격적으로 '벌새연합'을 제안하고 바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 청년이 된 페스테자는 바투카다를 이끄는 핵심그룹으로 여전히 있으면서, 화경, 무브, 쇼, (잠시 휴가중인) 동녘 네 사람으로, 연주하고 노래하는 브라질밴드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11월 25일 기본소득 네트워크 파티 "BIG Wave"에서 토크콘서트를 하였습니다.


우리는 무대보다 가능하면 길거리에서, 같은 눈높이에서 관객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을 좋아합니다. 축하받고 즐거워야 할 일에는 더 즐겁게 만들고, 슬프고 지친 존재들을 위해서는 건강한 기운을 전달하려 합니다. 악기의 생김새도 소리도 생소한 것이 낯설지만 에너지가 좋아서 관심 있게 보는 사람들뿐 아니라 함께 연주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우리뿐인 것 같았는데, 벌써 여러 바투카다팀이 생겼어요. 열심히 연주하고, 마음 담아 준비한 말들을 잘 전달하고 서로 교감하는 것이 벌새연합이 음악과 삶을 나누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날이 더 추워지기 전에 참여했던 세계평화대회 퍼레이드를 돌이켜 봅니다. 최근 북한과의 관계가 진전되면서 한반도의 평화는 세계시민들이 주목하는 사안이 되고 있습니다. 언제나 격변하는 것만 같은 한국사회에서 '평화'란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올까요?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사용하게 된 이후 100년도 되지 않았지만 아직 우리에게는 풀지 못한 숙제들이 많고 쌓여만 갑니다. 그 숙제들을 적극적으로 마주하고 평화에 대한 논의를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과 입장이 존중되는 논의를 시작할 수 있을까요? 그런 질문을 안고 저희는 퍼레이드 전날 저희는 한국전쟁 참전국 희생자 추모 및 화해와 평화를 주제로 한 퍼포먼스에 참여하기 위해 휴전 이후에도 전쟁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는 북한 노동당사(강원도 철원)로 떠났습니다.



넋을 위로하는 노래, 참전국들의 영혼을 형상화한 조형물, 그리고 그를 품는 커다란 분단 할머니. 저희는 크리킨디센터의 사람들과 함께 한지로 만든 평화의 꽃 400송이를 화단에 꽂았습니다.



그 이후 음악/마임/춤/불꽃예술/판소리와 각국의 언어로 혼령을 위한 애도와 위로의 말이 건네졌습니다. 개인적으로 ‘혼불제’라는 것을 처음 보았는데, 역시 일일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들을 대신하는 예술과 의례의 힘을 새삼스럽게 느꼈습니다.


다음날 광화문을 중심으로 진행된 세계평화대회 퍼레이드에는 분단 73주년을 상징하는 평화의 새 73마리, 황새, 물새, 꽃, 남녘 배, DMZ철책, 해골, 꽃, 동물, 신들, 금강산, 평화의 새, 풍물패, 희망자전거, 그리고 온갖 거대 인형들이 광화문 거리에 가득했습니다. 이틀전 우리는 광화문광장에 24개 참전국과 한반도비핵화를 염원하는 24개 핵폐기물통과 핵폐기물통 주변의 평화의 꽃 480송이를 꽂아두었었는데(벌새연합은 물론 하자작업장학교 옥수수들과 크리킨디 흙들이 거의 900여송이나 되는 꽃을 만들었었답니다), 크리킨디의 친구들은 그 꽃을 다시 들고 벌새연합을 따라 움직이며 거리의 시민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했어요. 



퍼레이드를 시작한 벌새연합은 1시간 30분 동안 쉬지 않고 연주하면서, 퍼레이드 중간중간 미국에서 온 예술그룹 빵과 인형(Bread and puppet theater) 단원들, 청송의 나무닭움직임연구소 단원들과 함께 분단을 주제로 거리극을 하기도 했습니다.


퍼레이드의 피날레로 광장에 둥글게 모여 마지막 공연을 마칠 때 즈음 뒤따라오던 많은 것들이 한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것은 사람들이기도 했고 평화의 새들과 해골, 동물 들이기도 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들과, 보이지 않는 것들을 위해 열심히 연주를 했다 생각하니 알 수 없는 뿌듯함, 보람들이 밀려왔습니다. 



지난 가을, 크리킨디센터에서 '장다리학교'라는 것이 시작되었어요. 비록 이번 평화대회 때 제대로 선을 보이지 못했지만, 앞으로 우리는 장다리를 타고 춤추고 바투카다 악기로 퍼레이드를 하는 축제그룹으로 나아가려고 해요. 하자작업장학교에서 2008년 촌닭들이라는 것이 만들어지고 첫번째 바투카다 그룹이 생겨났었지요. 2011년에 페스테자가 광화문으로 나갔었어요. 페스테자라는 이름으로 밀양도 가고, 강정도 가고, 태국 메솟에서 잊지못할 난민캠프의 밤도 만들었어요. 양곤의 평화순례를 축하하기도 하고 촛불집회에서 세월호의 깃발을 엄호하기도 했습니다. 

벌새연합은 이제 여행을 다니기보다 집으로, 마을로 들어오려고 하고 있어요. 이 마을이 우리의 '이바쇼'(居場所, 내가 나인 채로 있어도 좋은, 나답게 있어도 안전한 마음이 드는 장소)가 될지, 이바쇼를 찾는 사람들의 일시적 해방구 TAZ(the temporary autonomous zone, 하킴 베이Hakim Bey의 표현)가 될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만, 바투카다팀으로서의 페스테자가 가졌던 것과 비슷한 희망과 열정, 그리고 슬픔과 좌절, 그리고 사랑을 가진 청년들, 청소년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음악을 처음 배우는 분들도 바투카다 오픈클래스에서는 팔 벌려 환영합니다!

2019년 상반기부터 상시 운영될 워크숍이 준비 중입니다.


<올해의 공연>

3.11 2018 후쿠시마 추모제 7주기 – 나비퍼레이드 음악팀 참여
3.30 청소년 참정권 모임 지지 공연
4.29 청송수달래축제공연
5.20 Breakfree 2018 – 지구를 지키는 온도 1.5도 퍼레이드 음악팀 참여
6.2 유기농데이 파머스 마켓Farmer’s Market 공연
8.1~8.10 청송국제환경연극프로젝트 음악팀 참여
10.9 질라라비 장애인 문화제 초청 공연
10.20 밀양 청소년 포럼 공연
10.27 생활적정기술축제
11.1 세계평화대회 퍼레이드 참여


2018년에 진행 된 크리킨디 바투카다 오픈클래스 포스터




작성자


페스테자
무브(이재우) move@krkd.e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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