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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킨디센터 Dec 02. 2018

우리가 바라는 미래도시 서울

어린이D작업단의 언유주얼서스펙트서울 참여기


지난 11월 1일(금)에는 언유주얼 서스펙트 페스티벌 서울의 크리킨디 세션이 열렸습니다. 서울의 혁신가들이 모이는 토론의 장, 크리킨디세션에서는 매주 금요일마다 모이는 어린이D작업단(이하 어린이디단)이 75년 후 미래도시 모습에 대한 전시와 애니메이션 그리고 발표를 준비해서 선보였습니다.  

*<어린이가 말하는 미래도시 서울>은 크리킨디센터 3층에서 전시 중입니다. 언제든지 보러 오세요. 관련기사가 소년중앙에도 실렸습니다. 

* 언유주얼 서스펙트 페스티벌(Unusual Suspects Festival, 이하 언서페)은 글로벌 사회혁신 네트워크 SIX가 2014년부터 매해 개최해 왔습니다. 서로 만나기 어려웠던 사람들이 다양한 주제로 한 곳에 모여 이야기 나눔으로써 기대하지 못했던 새로운 만남과 다른 관점을 발견하는 자리로 자리잡았다고 하네요. 2014년-17년까지는 런던, 북아일랜드 등 영국을 거점으로 열렸고, 올해는 (외부에서 보기에 사회혁신이 핫한 도시)서울에서 11월 1-3일간 열렸습니다. 서울에서는 49곳의 콜라보레이터와의 예기치 않은 만남을 통해 27개의 대화의 장이 마련되었습니다.



어린이들이 상상한 미래도시의 모습은 어른들의 기대처럼 밝지만은 않았지만, 

미래는 ‘물음표’, ‘모른다’예요. 왜냐면 우리가 하기에 따라 달렸으니까
75년 뒤인데 벌써 걱정하면 안 좋잖아요. 그러면 지금 신나야 될 거 못 신나잖아요


우리가 하기에 따라 달렸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어린이에게 물어보세요> 코너였지요. 즉석에서 질문을 주고받는 시간이었는데 현문현답이 핑퐁처럼 오가며 웃음과 감탄이 이어졌답니다. 



다람이 : 학교는 왜 쇠사슬로 해놓고 못 들어가?
별 : 폐쇄 위기
다람이 : 폐쇄 위기가 뭐야? 
별 : 못 들어가는 게 폐쇄야
다람이 : 폐쇄됐는데 왜 있는 거야?
별 : 유적이야
다람이 : 왜 유적이야?
별 : 미래에는 학교도 유적이 될 수 있으니까
다람이 : 과거의 학교를 왜 남겨놓은 거야?
별 : 그냥
다람이 : 학교가 폐쇄되면 어린이들은 어떻게 학교에 다녀?
별 : 안 다니는 거지
다람이 : 그럼 공부는 어떻게 해?
별 : 안 하는 거야 전 세계 모든 사람이
다람이 : 그럼 친구는 어떻게 사귀어?


별 : 친구는 동네에서 사귈 수도 있고, 밖에 나가서 사귈 수도 있지.
애들은 아무렇게나 잘 사귈 수 있으니까. 



어린이디단 2기 어린이들은 10월부터 활동을 시작했어요. 첫날 모인 어린이들은 가방에서 물통을 하나씩 꺼냅니다. 바로 센터에 두고 사용할 각자의 텀블러입니다.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크리킨디센터의 약속을 지키려고 자기만의 컵을 하나씩 가지고 왔어요. 


왜 크리킨디센터에서는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을까요?

쓰레기 안 버리려고요. 지구에 안 좋으니까. 환경오염 때문에요. 


어린이들은 역시 너무 잘 알고 있지요. 


크리킨디센터는 청소년미래진로센터라고 해요. 미래에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요? 우리가 사는 도시 서울의 미래 모습은 어떨 거 같아요?


동물이 말을 해요. 
해일이 일어나고 운석이 지구로 날아와요. 
공룡이 다시 생겨요. 
게임이 실제가 되요. 배틀그라운드처럼. 
나무가 다 사라져요. 호랑이도 없어지고. 
동물이 없어져요. 다 멸종. 
빙하가 녹아서 이미 물에 잠기는 나라가 많대요. 지구가 물에 잠길 것 같아요. 
학교가 없어져요. 



생각도 의견도 다른 것처럼 각자가 상상한 미래도시의 모습은 다양했죠. 

그렇다면 각자의 의견을 하나로 모아서 ‘우리’가 상상한 미래의 모습을 그려보면 어떨까 어린이들에게 제안하니, 20년보다 더 먼 미래로 하자고 합니다. 그래서 75년 후로 다시 정하고 새롭게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우선 75년 뒤엔 어떤 환경일까부터 의견을 모으기로 했어요. 


봄과 가을이 없어짐. 여름엔 온도가 올라가고 겨울은 더 추워짐
사람들이 마스크를 쓴다. 환경이 나쁘니까. 
지구에 먹을 것이 없어져서 동물도 다 멸종함
바다에서 더 이상 수영 못함. 
환경에 적응한 돌연변이 식물들이 많아짐. 
동물이 없어지고 동물원도 없어짐. 고기를 못 먹어서 사람들이 절망함.
어린이들이 많이 없어진다. 산부인과도 없어짐. 고령화 사회가 됨
로봇이 좋아지고 많아지니까 직업이 많이 사라짐. 
공사하는 사람이 없어짐. 
일은 로봇이 대체하고 사람들은 논다. 
자동차가 날아다님. 좋은 자동차가 많아짐. 
학원이 사라짐. 학교가 사라지고. 놀이기구가 많아짐.
시골이 없어짐. 다 도시화. 건물이 많아짐. 
보안시설이 좋아짐. 
빈민가와 잘 사는 곳이 차이가 난다. 
통일은 안되지만 서로 싸우지 않고 친구가 된다. 적이 아니라 다른 나라가 됨. 


미래를 말하는 어린이들은 실제 다양한 감정을 보여주었어요. 날씨와 자연(환경) 이야기에는 개구지고 장난스러운 상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어린이들이 사라진다는 말에는 사뭇 진지했지요. 로봇 이야기는 서로 의견이 상충해서 논리적으로 의견을 따져보기도 했고, 학교와 공부에는 화난 감정을 보이기도 했어요.


그렇게 의견을 모은 75년 후 도시의 환경 속에서 우리의 집은 어떤지, 학교와 병원은, 거리와 바다는 어떨지 각각 주제를 잡고 그림을 그렸습니다. 



75년 후 우리가 사는 미래의 도시 모습은 어떨까요? 


라는 질문에 이어 

두 가지 질문을 더 해보았어요. 

75년 후 여러분은 어떤 모습으로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75년 후 우리가 사는 도시의 모습은 어땠으면 좋겠어요?


재밌게도 이 3가지의 질문에 대한 어린이들의 대답이 조금씩 다릅니다. 

첫 번째 질문에는 미래를 상상하는 과정에서 어린이 스스로 현실을 투영해보고 정보를 종합하기도 하면서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면, 두 번째 질문처럼 그 미래 속에 있는 나의 모습을 떠올릴 때는 삶을 지속해 나가고자 하는 의지가 반짝였지요. 


그냥 살고 있지 않을까요... 만화 그리고 있을 거 같아요. (대담)
우주여행을 하고 있을 거 같아요. (단발남) 
(어디까지 갈 거 같아요?) 은하계 저 멀리(별) 
(우주여행하면 뭐를 제일 보고 싶어요?) 행성(단발남) 
집이요. 집이 젤 보고 싶을 거 같아요. 향수병이라는 것이 있잖아요.(별)
구름 위에서 놀고 있을 거 같아요. (구름 위로는 어떻게 갈까?) 걸어서. 으흐흐(두유)
글쎄요. 어.. 할아버지 되어있겠죠. 75년 뒤에는. (뭐 하고 있을까요?) 그건 모르죠. 집에서 쉬고 있겠죠. 그냥 오래 살다가 죽고 싶을 때 죽고 싶죠. 영원히 죽지 않으면 또 심심하니까. (별)


세 번째 질문인 어린이가 바라는 미래에는 불안도, 희망도 아닌 의연하게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어린이들이 지혜롭고 사랑스럽게 보입니다. 

과학기술이 더 발전하면 좋겠어요. 편리하게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지금보다 안 좋아지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안 좋아요?) 그런 건 아닌데 지금보다 더 안 좋아지면 별로일 거 같아요. (걱정이 되는구나?) 아니에요.(단호하게)
(그럼?) 75년 뒤인데 벌써 걱정하면 안 좋잖아요. 그러면, 걱정하면 지금 걱정해야 될 거 못하고, 지금 신나야 될 거 못 신나잖아요.
미래도시는 “물음표”요. “모른다”. 왜냐면 우리가 하기에 따라 달렸으니까요.


어린이가 생각하는 미래도시 애니메이션



디단은 언유주얼서스펙트가 끝나기가 무섭게 또다시 새로운 프로젝트에 돌입했어요. 12월 8일(토) 어린이들이 직접 만드는 놀이터와 장터가 열립니다. 어떤 기발하고 재밌는 놀이터가 될지 디단 2기의 마지막 프로젝트 “핑퐁놀이터”에 모두 놀러 오세요! 


*핑퐁놀이터 자세한 내용은 추후 크리킨디센터 웹사이트를 통해 확인해 주세요.  

*이문주 감독님께서 디단의 말과 그림으로 애니메이션 작업을 해주셨습니다.  





작성자


뭉(오명하) moong@krkd.e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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